사회뉴스9

[현장추적] "까마귀 땜에 못 살겠다!" vs "까마귀 구경 오세요!"

등록 2019.12.11 21:36

수정 2019.12.11 21:45

[앵커]
겨울이면 노을을 배경으로 군무를 선보이는 울산 떼까마귀입니다. 도심 전선줄 위에 줄지어 앉아있는 이 또한 까마귀입니다. 겨울을 맞아 우리나라에 다니러온 같은 까마귀지만, 도심에 터전을 잡으면 골칫덩어리 신세로 전락해버립니다.

왜 도심출몰이 이어지는지, 차순우 기자가 까마귀를 추적해 봤습니다.

 

[리포트]
수확이 끝난 수원 외곽의 논. 까마귀가 가득 앉아 부지런히 낙곡을 쫍니다.

"저쪽에도 많이 날아다니네요."

무엇에 놀랐는지 한꺼번에 날아올라 100여m 전선을 차지합니다. 시베리아에서 온 겨울 철새 떼까마귀입니다.

까마귀는 해가 뜨면, 뒤로 보시는 것처럼 도심 인근 논에서 먹이 활동을 한 뒤, 해가 지면 시내로 날아가 휴식을 취합니다.

문제는 저녁 시간. 까마귀들이 밤을 보낸다는 시내를 찾아가 봤습니다. 해가 지자 번화가 전선과 가로등에 까마귀가 가득 앉았습니다.

여기저기 떼 지어 날고... 시끄럽게 웁니다.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수원 시민
"무섭다고 지금 무서워서 이러잖아요."

전선 아래는 까마귀 배설물 천지. 주차된 차 지붕은 배설물이 뒤덮였고,

운전자
"생각보다 좀 많이 떨어졌더라고요. 세차해야죠. 뭐…"

시민들은 배설물을 피해 달립니다.

김슬기 / 수원시 인계동
"주위 사람들 (똥) 맞는 걸 자주 봐서, 조금 전에도 일부러 뛰어왔거든요. 맞을까 봐…"

상인들은 울상입니다.

옷가게 주인
"비닐 위에도 똥 싸놓고 갈 때도 있고, (옷에 묻으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못 쓰는 옷 되는 거죠."

민원이 거듭되자 지자체는 비상이 걸리고.. 레이저 장비로 쫓아보지만 곧 다시 돌아와 애를 먹입니다.

김승기 / 수원시청 '떼까마귀 기동단'
"(쫓을 때) 건물이나 날아가는 비행기 이런 걸 조심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해서, 그런 부분이 어렵긴 합니다."

비슷한 시간대 울산 시내 태화강 주변. 하늘을 뒤덮은 떼까마귀 10여만 마리가 장관을 연출합니다.

이성열 / 울산광역시 남구
"떼를 지어서 군무를 형성하면서 날아가는 모습들이 굉장히 장관입니다."

아침저녁 펼쳐지는 까마귀 떼 군무에... 지역주민은 물론, 외지 관광객까지 모여듭니다. 울산시는 까마귀를 관광 자원으로 적극 활용합니다.

손은주 / 울산광역시 환경생태과
"(떼까마귀 군무가) 굉장히 인기가 좋은 체험교육 중에 하나라서, 저희는 계속 그 부분을 추진하고 있고요."

같은 철새, 다른 대접...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떼까마귀 습성과 서로 다른 환경 때문. 까마귀는 밤이면 수리부엉이 등 천적을 피해 숲 등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그런데 수원 주변엔 숲이 부족해 천적 접근이 힘든 도심에서 밤을 지내고, 울산 까마귀는 인근 대숲으로 향하는 겁니다.

김성수 / 조류생태연구소 연구원
"밤에 포식자들에게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서는 밝은 데 나오거든요. 야행성 포식자들이 눈이 부시기 때문에 접근을 못 합니다."

떼까마귀는 낙곡이나 해충을 먹는 익조입니다. 매년 11월이면 우리나라로 오는 떼까마귀는 약 20여만 마리로 추정됩니다.

겨울이면 찾아오는 두 모습의 까마귀. 독특한 습성 때문에 두 도시 표정이 엇갈립니다.

현장 추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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