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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포청천 의장과 삼류 국회

등록 2019.12.11 21:46

수정 2019.12.11 21:50

중국 송나라 수도였던 카이펑 옛 관아에 개와 용, 호랑이 머리를 한 작두가 있습니다. 명판관 포청천이 탐관오리를 응징했다는 형벌도구입니다.

그 포청천을 별명으로 내세우는 사람이 문희상 국회의장입니다. 그는 2014년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되자 "당을 해치는 자는 개작두로 치겠다"고 했지요. 하지만 우락부락한 외모와 달리 정국을 꿰뚫어보는 안목이 탁월해 "겉은 장비, 속은 조조"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25년 전부터 '봉숭아 학당' 으로 불린 그의 사무실이 늘 기자들로 붐빈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는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합리적이라는 평판을 얻었습니다. 국회의장이 된 뒤에도 대화와 타협을 다짐했습니다. 대표적인 장면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 때 이 모습입니다.

"조금만 냉정해집시다. 이건 공멸의 정치예요. 상생의 정치가 아니에요… 얘기는 들어줘야 해요. 최종적인 판단은 국민들이 하시는 거예요…"

그랬던 문 의장이 내년 예산안을 기습적으로 통과시켰습니다. 심재철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가 항의하자 "이해해줘"라고 달랬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화장실에서 부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본회의 사회권을 넘긴 뒤 떠났습니다. 지난 4월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릴 때는 병원에서 환자복을 입은 채 서류를 결재해 팩스로 보냈었지요.

국회의장은 취임하는 순간 당적을 상실합니다. 정파의 이익을 떠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 국회를 이끌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문 의장은 임기 마지막 정기국회까지 극심한 정쟁의 장으로 이끌었습니다. 대화와 타협은 없고 숫자를 앞세운 일방 폭주에 국회의장이 굴복해 버린 셈입니다.

진짜 걱정은 지금부터입니다. 이제 임시국회가 열리고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둘러싼 여야간 극한 대치가 또 다시 불가피해졌습니다. 이른바 4+1의 힘으로 예산안을 밀어붙인 민주당이 또 다시 법안처리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시 문희상 의장을 쳐다보게 됩니다.

"(저는) 국회가 국회다워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의회주의자입니다. 제 임기동안 청와대나 정부의 말에 휘둘리는 그런 일이 있으면 제 정치인생을 몽땅 다 걸겠습니다"

그가 정치인생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그리고 어떤 국회의장으로 기억될 지, 이제 곧 판가름 날 겁니다.

12월 11일 앵커의 시선은 '포청천 의장과 삼류 국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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