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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현대판 장발장' 父子에게 일어난 '작은 기적'

등록 2019.12.15 19:31

수정 2019.12.15 20:45

[앵커]
밥을 굶은 부자의 발길은 동네 대형마트로 향했습니다. 열두살 아들의 배낭에 몰래 우유와 사과를 넣었다가 걸린 아버지는 점원과 경찰관에게 울음으로 용서를 빌었습니다. 비까지 맞아 몸을 떠는 부자를 곰탕집으로 데려간 경찰관.  이 장면을 지켜보던 한 남성은 식당까지 따라가 현금봉투를 던져놓습니다.

식재료와 학용품을 보내온 시민들의 따뜻한 손길까지. 세파에 찌든 우리의 마음을 녹인, 이 따뜻한 소식에 오늘의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리포트]
인천의 한 대형마트 사무실 책상에 놓인 우유 2팩과 사과, 음료수. 그 앞엔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떨군 34살 아빠와 12살 아들이 있었습니다.

경찰관
"아버지는 얼굴에서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있었고 몸을 많이 떨고 있었고 두 손 모아서 사죄를 구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이들 부자가 동네 마트에 나타난 건 지난 10일 오후 4시. 2개 들이 우유팩을 들고 진열대 사이를 한참 서성이더니, 후미진 곳에서 아이의 가방에 집어넣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됐습니다.

34살 아버지 A씨와 12살 아들 B군은 이 마트에서 식료품을 훔치다 점원에게 붙잡혔습니다. 초등학생인 아들의 가방 안엔, 우유 2팩과 함께 사과며 음료수 등 계산을 하지 않은 식료품이 들어 있었습니다.

1만 원 가량의 식료품을 아들 가방에 넣었던 아빠는 죄책감에, 마트 직원과 출동한 경찰관 앞에서 연신 "잘못했다"며 울먹였습니다. 나이드신 어머니에 7살 난 둘째 아들까지 홀로 키우면서, 당뇨와 갑상선으로 택시 일을 여섯 달째 못하게 된 30대 가장의 순간의 그릇된 선택 임을 알게 된 경찰관은 연행 대신 곰탕집으로 향했습니다.

이재익 / 인천 중부경찰서 경위
"범행 동기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아침점심 두 끼를 굶었다.. 그 말에"

두 부자가 따뜻한 곰탕 그릇 앞에서 몸둘 바를 몰라하는 사이, 회색 후드 티 차림의 한 중년 남성이 식당을 들어와 흰 봉투를 건네고 사라집니다.

곰탕집 아줌마
"천천히 먹다가 순식간에 어떤 분이 오셔서 돈 주고 가시고."

봉투 안에 든 건 현금 20만 원. 알고보니, 이 남성은 마트 사무실 창 밖에서 눈물을 흘리며 사죄하는 부자의 모습을 지켜보던 바로 그 사람이었습니다.

유호재 / 인천 중구
"요즘 많이 세상이 따뜻한 사람이 좀 많아진 것 같고요, 세상이 좀 괜찮아진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살기가 좋은 것 같습니다."

이들 부자의 안타까운 사연에 온정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천 J마트 관계자
"전화 주셔가지고 쌀이나 라면 이런거 보내달라 이런 분들도 있구요 금액적으로 보내주셔가지고 저희보고 알아서 필요한 거 장 봐서 보내달라 하시는 분들도 있구요"

기초수급대상인 이들 부자를 위해 건강이 나빠진 아빠의 다른 일자리를 찾겠다는 손길에서, 아들들의 학용품을 지원하겠다는 손길까지. 팍팍해지는 경제와 한파 속에서도, 선한 이웃의 온정은 이렇게 남아 있으니 아직은 살만한 세상 아닐까요.

뉴스7 포커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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