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분노의 부동산, 어디로 튈까?

등록 2019.12.17 21:48

수정 2019.12.17 21:57

그리스 신화의 영웅 헤라클레스가 길을 가다 사과를 밟았습니다. 그런데 사과는 으깨지기는커녕 곱절로 커졌습니다. 헤라클레스가 방망이로 내리칠 때마다 더 커져서 길을 막아버렸습니다.

그때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나타나 타일렀습니다. "이 사과는 건드리지 않고 그냥 두면 조그맣게 있을 뿐이지만 힘으로 맞서 싸우면 주체할 수 없이 커진다오…" 이솝 우화 '분노의 사과' 이야기입니다.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이 바로 그랬습니다. 노 대통령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만은 잡겠다"고 했습니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부동산 제도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그때도 부동산 정책을 입안했던 김수현 당시 사회정책비서관은 "부동산 시장은 하이에나가 우글거리는 정글" 이라고 했고, 추병직 건교부 장관은 "국민이 잘 몰라서 집값이 오른다"고 했지요.

그러면서 굵직한 대책만 열일곱 번을 내놓았지만 서울 집값이 56퍼센트나 올라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습니다. 공급은 외면하고 수요만 찍어 누르는 벌주기 식 대책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솝 우화의 사과처럼 손만 대면 탈이 나기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대책이 더합니다. 이미 임기 전반기에 열일곱 차례 대책을 내놓는 사이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이 8억 8천만 원으로 45퍼센트나 뛰었습니다. 서민들은 아파트 값이 억 억 소리를 내며 치솟을 때마다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어제 열여덟 번째 대책이 나오자 도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정책이냐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공급 없이 대출만 조이는 바람에 현금 부자만 집을 사고 중산층과 청년들은 서울에 내 집 마련할 꿈도 꾸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총선 때까지 집값을 붙들어 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이후 더 크게 터질 압력만 키울 뿐입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재개발이 진행되는 상가를 1년 만에 팔아 시세차익 9억원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어제 공교롭게도 그 지역 역시 상한제 대상으로 지정됐습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이 성공하면 그때 다시 집을 사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이런 식이라면 언제 그런 날이 올지 모르겠습니다.

12월 17일 앵커의 시선은 '분노의 부동산, 어디로 튈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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