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ㆍ정당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권력 본색, 공수처법

등록 2019.12.26 21:45

수정 2019.12.26 21:48

시인의 아내에게 누군가 듣기 좋은 말을 합니다. "저런 학 같은 시인하고 살면, 사는 게 다 시가 아니겠냐"고.

아내가 집에 돌아와 구시렁거립니다. "학 좋아하네, 지가 살아봤냐고. 학은 무슨 학, 닭이다 닭. 닭 중에도 오골계"

아내 눈에 비친 시인의 본색은 고고한 학이 아니라 닭이랍니다. 그것도 속살이 시커먼 오골계.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밖에…" 시인은 하도 그리워서 차라리 눈을 감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손으로 제 눈을 가리고 안 보이는 척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걸 '눈 가리고 아웅한다'고 하지요.

"귀 막고 방울 훔친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어리석은 도둑이 금방울을 훔치려다 소리가 나자 제 귀를 막았으니 어떻게 됐겠습니까. 세상이 다 아는 속셈을 얕은 수로 가리려 든다는 뜻입니다.

국회 상정을 앞둔 공수처 법안이 여러모로 수상합니다. 검경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하면 먼저 공수처에 통보해야 하고, 공수처가 사건을 수사할지 말지 결정한답니다.

그 동안 논의됐던 국회의 공수처장 임명 동의도, 기소권 남용을 막는 심의위원회 설치도 없던 일이 됐습니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틀어쥔 공수처가 대통령과 친인척, 측근 사건의 수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얘기인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감찰 무마 의혹에 대응하는 권력의 모습만 봐도 공수처의 앞날을 선의로만 해석할 수 없습니다.

조금 다른 공수처 법안을 발의해 함께 논의했던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의 말이 정곡을 찌릅니다.

"정권 의도에 따라 무소불위 권한을 누리는 공수처가, 공직자 수사를 무력화시키고, 정권 위협을 제도적으로 방어하겠다는 것" 이라는 지적 말입니다.

말을 삼가던 윤석열 검찰총장도 결국 나섰습니다. 수사 기밀이 청와대와 여당에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대검 주장은 반발이라기보다 상식에 가깝습니다.

민주당은 공수처법 통과를 위해 군소정당을 끌어들였던 선거법이 누더기가 되면서 빈손으로 돌아가는 '공수래공수거'가 되게 생겼습니다.

공수처법도 이런 식으로 눈 가리고 아웅하려 든다면 공수처야말로 공수거로 끝나고 말 겁니다.

12월 26일 앵커의 시선은 '권력 본색, 공수처법' 이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