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62살의 신춘문예

등록 2020.01.02 21:45

수정 2020.01.02 21:49

뉴질랜드 오토바이 판매원 버트 먼로가 세상에서 제일 빠른 오토바이 기록을 세울 때 나이가 예순여덟이었습니다. 평생의 꿈에 도전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게 5년 전 예순세살 때 였지요. 그가 세운 시속 325km 기록은 50년이 넘도록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지방법원장을 지낸 강봉수 변호사가 물리학을 공부하러 미국 유학길에 나선 것도 예순예섯 살 때였습니다. 그는 고교시절 노벨 물리학상을 꿈꾸던 이과반 수재였지만 아버지가 법관이 되기를 원해 법대로 진학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묻어 뒀던 꿈을 향해 하루 열다섯 시간씩 공부한 끝에 3년 전 일흔세 살에 물리학 박사가 됐습니다. 그는 "끝이 없는 물리학 공부를 계속하겠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아무도 나이를 묻지 않아서 나도 나이를 잊게 되더라"고. 

청춘은 원래 새잎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을 뜻하고, 더 이른 새봄은 신춘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풋풋한 새싹처럼 젊고 신선한 문인들의 등용문을 신춘문예라고 부르지요. 그런데 새해 신춘문예에서 예순두 살 새내기 소설가가 탄생했습니다.

영문학을 전공하고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김수영씨입니다. 그는 5년 전 은퇴를 하자 마치 헌책처럼 밀려난 것 같아서 초등학교 때부터 품었던 꿈을 되살렸다고 합니다. 소설 소재를 찾아 쪽방촌과 달동네를 다니며 밤마다 남편 몰래 글을 썼습니다.

그에게 나이는 노쇠함이 아니라 무한한 상상력의 원천이었습니다. 문학소녀, 문학청년이라는 말이 무색한 초로의 등단은 '신노인 시대'를 상징합니다. 세상을 향해 '이제부터 시작' 이라고 외칩니다.

"…길이 두 갈래로 나 있었습니다.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오랫동안 서서 한쪽 길이 굽어 내려간 끝까지… 바라봤습니다…"

프로스트의 명시처럼 누구나 가슴에 '가지 않은"길' 하나쯤 품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대개는 그 길을 평생 바라보기만 하다 떠납니다. 현실을 탓하겠지만 용기를 못 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싱크) "가야 할 때 가지 않으면 말이다. 가려 할 때는 갈 수가 없단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그동안 묻어뒀던 계획 하나씩은 꺼내 가슴에 품게 되지요. 모쪼록 그 꿈이 여러분의 삶을 인도하는 별로 반짝이기를 바라겠습니다.

1월 2일 앵커의 시선은 '예순두 살의 신춘문예'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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