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미운 사위, 윤석열

등록 2020.01.03 21:46

수정 2020.01.03 21:51

겨울이 깊어갈수록 맛도 깊어가는 별미가 매생이 굴국입니다. 부드럽기 이를 데 없는 매생이 한 숟가락 목으로 넘기면 푸른 바다 향이 온몸을 덥힙니다. 그래서 시인은 "다시 장가든다면 매생잇국 끓일 줄 아는 어머니를 둔, 매생이처럼 달고 향기로운 여자와 살고 싶다"고 했지요.

"장모의 백년손님으로 당당하게 찾아가… 매생잇국을 먹으며, 눈 내리는 겨울밤 뜨끈뜨끈하게 보내고 싶다…"

하지만 남도 바닷가에는 '미운 사위, 매생잇국 준다'는 속담이 전해옵니다. '비단실보다 가늘고 소털보다 촘촘'해서 펄펄 끓여도 김이 안 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위가 멋 모르고 먹다가 입천장이 벗겨져 혼쭐이 난다는 얘기지요.

윤석열 검찰총장은 취임할 때만 해도 장모가 버선발로 뛰쳐나와 씨암탉 잡아줄 백년사위 같았습니다. 대통령은 "우리 총장님" 이라고 부르면서 "우리 청와대도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하게 임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리고 해가 바뀐 정초부터 윤 총장은 미운 사위 신세가 됐습니다. 대통령은 신년회에 윤 총장을 세워놓고 "헌법에 따라 권한을 다해 권력기관을 개혁하겠다"고 했습니다. 새해 업무 첫날, 아침 일곱 시에 추미애 법무장관 임명을 재가한 뒤 하루 사이에 추 장관을 세 번 만났습니다.

"검찰 개혁에서는 법무장관이 검찰의 최종 감독자"라고 강조했습니다. 추 장관은 이미 청문회에서 "검찰 인사는 총장과 협의하는 게 아니라 의견을 듣는 것" 이라며 장관이 주도하는 인사를 예고했습니다. 때맞춰 경찰은 청와대 지시를 받아 인사 대상자 평판 수집에 나섰습니다.

다섯 달 남짓 지나는 사이 무엇이 바뀌어서 이렇게 된 걸까요. 잘 아시듯 윤 총장이 대통령 당부대로 권력의 눈치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살아 있는 권력을 겨눈 것, 딱 하나뿐입니다.

매생잇국은 맛도 맛이지만 영양분이 빼어나고 연말연시 속풀이로도 으뜸입니다. 그래서 장모가 차려주는 매생잇국엔 미움과 사랑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을 향한 청와대와 여권의 공세에는 그런 은근함조차 보이지가 않습니다.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한 법, 국민은 검찰 개혁과 검찰 길들이기를 구분할 줄 압니다.

1월 3일 앵커의 시선은 '미운 사위, 윤석열'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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