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운전자에서 메신저까지

등록 2020.01.13 21:48

수정 2020.01.13 22:24

"지금 온 세계가… 경애하는 김정은 지도자를 자주정치의 거장으로 칭송하며 우러르고 있다…"

북한 매체가 작년 정권수립일에 내놓은 선전 영상입니다. 시진핑, 푸틴을 비롯해 김 위원장이 만난 외국 지도자가 차례로 등장하지요. 하지만 세 번이나 정상회담을 한 문재인 대통령은 없습니다.

판문점 미북 정상 회동 때 트럼프와 악수하고 분계선을 함께 넘는 장면도 이어지지만 역시 문 대통령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요즘 말로 통편집된 겁니다. 트럼프와 밀담을 나누던 김 위원장 눈에, 옆방에서 대기하던 문 대통령은 그저 '창밖의 남자' 였던 걸까요.

시인의 아내가 맛있게 끓는 국물에서 멸치를 집어내 버리며 말합니다. "국물을 다 낸 며루치는 버려야지요. 볼썽도 없고 맛도 없으니까요…" 가족을 위해 일하다 진이 빠진 가장의 푸념이지만 요즘 우리가 그 신세가 된 건 아닌지 자꾸만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북한이 외무성 고문 김계관 이름으로 낸 담화는 대한민국에 퍼붓는 조롱의 결정판이자 문 대통령 신년사에 대한 답장입니다. 그는 "남조선이 숨가쁘게 흥분에 겨워 온몸을 떨며 트럼프의 김 위원장 생일축하 메시지를 '대긴급 통지문'으로 알려왔다"고 했습니다.

정의용 안보실장이 자랑이라도 하듯 "트럼프 부탁으로 대통령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히자마자 나온 반응입니다. 그는 "남조선이 북미 정상의 친분관계에 중뿔나게 끼어드는 것은 주제 넘는 설레발" 이라며 이미 트럼프 친서로 생일 축하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미 수뇌부 사이에 특별한 연락통로가 있다는 것도 모르느냐"고 했습니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는데 청와대는 "낼 입장이 없다"며 또다시 입을 다물었습니다. 운전자, 촉진자, 중재자는 고사하고 이제는 축하인사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조차 참담한 조롱을 당하기에 이른 겁니다. 

대통령은 판문점 작년 미북 정상 회동이 "상식을 뛰어넘는 놀라운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그 상상력이 세계를 감동시켰으며 역사를 진전시킬 힘을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다시 북한의 전형적인 대남 전략인 '통미봉남'으로 퇴행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상상력보다 북한의 실질적인 태도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구체적인 대북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1월 13일 앵커의 시선은 '운전자에서 메신저까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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