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검사는 검사다

등록 2020.01.14 21:47

수정 2020.01.15 22:43

발음을 조심해야 합니다만, '경찰이 사기를 가르치다' 라는 책이 지난달 나왔습니다. 퇴직한 경찰 고위간부가 사마천 '사기'에 나오는 고사성어를 화두로 경찰의 지난날과 앞날을 얘기하지요. 그런데 거기 '견찰'이라는 말이 등장합니다. "경찰이 위정자들에게만 충실하다는 부정적 표현의 극치"라고 설명합니다.

저자는 이제 경찰이 경계를 잘하는 경(警)찰, 나아가 시민에게 공경받는 경찰(敬察)이 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젯밤 집권당-군소당 연합이 검경 수사권 조정법을 강행 처리했습니다. 이로써 검찰은 경찰수사 지휘권을 잃고, 경찰은 사건 수사를 알아서 중단하고 끝내는 권한을 갖습니다.

저녁에는 추미애 장관이 검찰 직제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청와대 의혹들을 수사해온 부서들을 대폭 축소한다고 합니다. 앞서 아침에는 청와대가 검찰의 조국 수사 인권침해를 조사해달라는 국민청원 협조 공문을 국가인권위에 보냈습니다. 돌려받긴 했습니다만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청와대가 개입하고 나선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어제 하루 청와대 정부 여당이 모두 나서 한 일은 윤석열 검찰의 고립과 무력화로 집약됩니다. 

윤 총장은 얼마 전 주변에 이런 소회를 말했다고 합니다. "검사는 검사다. 나는 검사를 믿는다"고. 검사들이 물갈이 돼도 공정한 수사를 할 거라는 믿음이겠지요.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검찰 2인자에 오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취임사 한번 들어보시지요.

"절제와 자제를 거듭하는 검찰권 행사가 필요합니다…" 

조국 수사 때 청와대 입장과 어찌 그리 똑같은가요.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중앙지검장은 대통령 대학 후배이자 노무현 정부 특별감찰반장으로 문재인 민정수석을 보좌했던 인물입니다. 물론 그의 뒤에 무슨 바람이 불 리 없지만, 그의 취임 일성은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수사를 절제하라'는 말로 들리기 쉽습니다. 검찰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모든 움직임이 거대한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며 사표를 제출한 검사가 있습니다.

그는 묻습니다. "자동차에 엔진 빼고 핸들 떼고서 바퀴만 더 달면 그 차가 잘 나가나요? 언제는 검찰의 직접 수사가 시대의 필요라고 하다가… 그 수사가 자신에게 닥치니 갑자기 직접 수사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어떻게 이해합니까? 도대체 검찰 개혁은 양자역학이라도 동원해야 이해되는 것입니까?"

1월 14일 앵커의 시선은 '검사는 검사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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