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이판사판 야단법석

등록 2020.01.16 21:46

수정 2020.01.17 13:59

"오늘은 무슨 자리? 야단법석이다…"

불교운동가 법륜 스님이 '시끌벅적 어수선하다'는 말, 야단법석의 본래 뜻을 설명합니다. 

"법당 안에서는 엄숙하니까… 밖에 단을 만들어서, 설법의 자리를 만들어서…"

그렇듯 넓은 마당에 법회를 열면 떠들썩하다고 해서 야단법석이라는 말이 나왔지요. 막다른 길을 가리키는 '이판사판'도 불교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조선시대 스님들은 수행에 전념하는 이판승과, 절 살림을 하는 사판승으로 나뉘었습니다. 삭발 출가하면 이판이나 사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지요. 하지만 당시만 해도 최하층 신분으로 천대받던 스님이 된다는 것은, 이판이든 사판이든 인생을 건 마지막 길이었을 겁니다.

또 아수라장은 악귀 아수라가 벌이는 난장판, 아귀다툼은 굶주린 귀신 아귀들의 싸움, 아비규환은 두 지옥, 아비와 규환의 참상에서 유래했습니다. 거기에 '염불보다 잿밥' 까지… 불교가 우리 삶과 정신, 언어에 미친 영향이 그만큼 컸습니다.

총선을 90일 앞둔 오늘은, 출마하려는 공직자들의 사퇴 시한이었습니다. 청와대와 정부, 공공기관과 공기업 공직자들과 일부 법관까지 이판사판의 막바지 갈림길에서 사표를 내느라 야단법석이었습니다. 그 중에 현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만 일흔 명을 넘는다고 합니다. 총동원령이라도 내리지 않은 이상 과거 이랬던 적이 또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박지원 의원은 "대통령의 잔여 임기를 위한 친위 부대를 국회에 진출시키겠다는 의도가 아니냐"고 했습니다.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는 송병기 울산 부시장도 눈길을 끕니다.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던 주요 피의자여서 의원면직이 어렵자 어제 울산시가 직권 면직해 출마의 길을 열어줬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여당 영입설이 나오는 판사들도 사표를 냈습니다. 진보 판사모임에서 활동하면서 공정한 재판과 사법부 신뢰 회복을 외쳤던 법관들이어서 세간의 시선이 남다른 듯합니다.

총선에 마치 이판사판 올인 이라도 하는듯한 청와대, 또 줄사표를 내는 공직자들을 보면서 공직의 무게가 마치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집니다. 1월 16일 앵커의 시선은 '이판사판 야단법석' 이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