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참담합니다

등록 2020.01.17 21:47

수정 2020.01.17 21:53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에서 말춤을 추는 이 아이 기억하시지요? '리틀 싸이'로 불리며 사랑 받았던 일곱 살 황민우 군입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베트남 사람이라는 게 알려지자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들이 나돌았지요. 어린 민우가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답답합니다.

문태종, 문태영 형제는 지난 10년 한국 프로농구를 빛낸 스타입니다. 아버지는 아프리카계 미군이었고 어머니가 한국인이지요. 유럽리그에서 활약하던 형제가 고액 연봉을 포기하고 한국에 왔던 이유는 '어머니' 입니다. 어머니는 막일을 하며 아들들을 키우면서 늘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차별 받고 살지만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테니 참고 노력하자"고. 둘은 어머니 가르침대로 말수 적고 겸손해서 '바른 생활 형제'로 통했습니다. 그런데 형제가 나란히 MVP가 되던 날, 어머니가 기쁜 나머지 가슴 속 응어리를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차별이 심했다. 우리 애들한테 눈길만 나쁘게 줘도 가슴이 아팠다"고 말입니다.

아프리카계 농구 국가대표 라건아가 지난 8년을 참고 참다, 자신에게 오는 SNS 메시지들을 공개했습니다. 역시 입에 올리지 못할 비하와 욕설입니다. "그는 날마다 이런 메시지를 견뎌야 한다. 아내와 딸까지 욕하는 것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고 했습니다. 그는 2년 전 한국 국적을 얻어 개명했습니다. "마약도 총도 없고 가족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한국이 좋다. 아내가 더 한국을 사랑한다"고 했지요. 그런 그가 안으로는 힘겹게 고통을 삭이고 있었던 겁니다. 

우리는 한국인에게 가해지는 인종차별에 분노하지만 때로는 그 못지않은 차별을 서슴지 않는 이중성을 발견합니다.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흑인이 앉았다'는 책에 실린 삽화입니다. 피부색 짙은 사람이 지하철을 타면 옆자리 사람들이 슬금슬금 떨어져 앉거나 다른 데로 가버리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아예 서서 간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아이들 크레파스에서 살색이라는 이름이 사라진 지가 벌써 20년이 돼갑니다. 하지만 우리 마음 속에는 여전히 그 살색의 편견이 도사리고 있는 건 아닌지, 그리고 그 예리한 칼날이 오히려 우리를 겨누고 있는 건 아닌지 참담한 마음으로 되돌아보게 됩니다. 1월 17일 앵커의 시선은 '참담합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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