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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죽기 딱 좋은 계절"

등록 2020.01.19 19:44

"자성이 축하한다고 전해줘라 회장 자리를 다 앉고 출세했네 죽기 딱 좋은 날씨네"

조직 내 배신과 자신의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이 장면은 어떤 분노나 오열보다 깊은 울림을 줬습니다. 죽기 딱 좋은 날씨네. 떠날 때라는 걸 인정하고 내려놓는 건 어느 조직에서든 쉽게 보긴 어려운 장면입니다.

민정수석과 장관을 지내면서 대통령에게 직언을 해온 김용갑 전 의원의 2008년 불출마 선언 역시 그런 의미에서 울림이 컸습니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이 그렇게 아름답게 가슴에 와 닿을 수가 없었습니다. 독선과 독주, 무능이 뒤얽혀 있는 정치권을 바라보면서 많은 국민이 환멸을 느끼는 요즘 때를 알고 퇴장하는 김용갑 의원의 뒷모습이 유독 그리워집니다.

자유한국당의 공천관리위원장이 된 김형오 위원장은 지난해 자리만 지키는 의원들을 향해 쓴소리를 했습니다.

김형오 / 전 국회의장(지난해 8월 27일, 한국당 연찬회)
"정부·여당의 독선에 몸 던진 적 한 번이라도 있나. 지금은 죽기에 딱 좋은 계절입니다."

죽기 딱 좋은 계절. 책임지지 않고 쇄신하지 않는 정치 세력이 이번 총선에서 어떤 미래를 맞게 될 지, 준엄한 경고로 들립니다. 김 위원장은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했습니다. 오늘 TK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정종섭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사실 한국당에서는 책임져야 할 사람보다 책임이 덜 한 의원들이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국민의 차가운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개인의 영달을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낯두꺼운 정치인들. 그들에게 '퇴장의 미학'을 기대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김형오 위원장의 서릿발 같은 칼날이 정치권에 쇄신의 바람을 몰고 오길 기대해 봅니다.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죽기 딱 좋은 계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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