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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檢 공소장 내용 토대로 과거 靑 '유재수 관련 해명' 따져보니

등록 2020.01.22 16:58

검찰이 작성한 조국 전 법무부장관 공소장이 지난 20일 공개됐습니다. 공소장에는 2017년 11월 중순을 전후로, 청와대 민정수석실 내부에서 벌어졌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당시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에 대한 감찰 무마 관련 정황들이 적시돼 있었습니다.

앞서 지난해 12월14일에는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검찰 공소장이 공개된 바 있습니다. 그 공소장에는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 산하 특감반에서 감찰했던 유 전 부시장 관련 개인 비위 행위와 함께 언론에서 다루지 못했던 새로운 사례들도 나열돼 있었습니다.

각각의 공소장을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유 전 부시장 관련 의혹 및 민정수석실 내부에서 감찰 무마 시도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청와대의 지난 1년 여 간 해명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검찰 공소장에 담긴 내용이‘100% 다 맞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당시 유 전 부시장 감찰에 관여했던 반부패비서관실 관계자들의 증언이 대부분 일치하고, 유 전 부시장이 구속된 상태로 재판에 넘겨지는 것을 법원도 동의한 만큼 이를 토대로 과거 청와대가 내놓은 해명들에 대해 하나씩 따져볼 수는 있겠다 싶었습니다.

 


◇ 조국 “유재수 비위 첩보 근거 약했다, 사적인 문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이었던 지난 2018년 12월31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유 전 부시장을 둘러싼 비위 혐의는 감찰을 계속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언급했습니다. 

당시 조 전 장관은 “유재수 전 금융위 국장 경우에 있어 비위 첩보가 저희에게 접수됐다. 조사한 결과 비위 첩보에 관해 근거가 약하다고 봤다. 그 비위 첩보와 관계없는 사적인 문제가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유 전 부시장 감찰 당시 제기된 의혹 대부분이 사실로 드러나, 검찰은 해당 내용 모두 공소장에 담았습니다. 

다음은 유 전 부시장 공소장 내용 중 일부입니다. 

“2016년 8월 아내에게 줄 골프채(드라이버·우드)를 사달라는 유 전 부시장 요구에 따라 각각 80만원 상당의 드라이버 1개 우드 1개를 선물 받았다…, 2015년 12월부터 2016년 9월까지 골프빌리지(골프텔)을 13차례 무상으로 사용할 기회를 제공 받았다….” 

다음은 조 전 장관 공소장 내용 중 일부입니다. 

“(유 전 부시장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 유관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수시로 운전 기사가 딸린 고급 차량을 제공 받고, 십 수회에 걸쳐 호화 골프텔을 무상으로 이용할 기회를 제공받았으며, 고가의 골프채를 요구하여 수수하는 등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중대 비리 혐의가 구체적으로 확인되었다….” 

제가 나열한 공소장 내용의 공통점은, 당시 반부패실 특감반원들이 파악했던 유 전 부시장 비위 관련 내용이라는 점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비위 첩보 근거가 약하다. 첩보와 관계없는 사생활 문제가 나왔다”는 조 전 장관의 기존 해명은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감이 다소 있어 보입니다. 

조 전 장관 공소장에는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유 전 부시장의) 중대 비리 혐의가 구체적으로 확인됐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 ‘유재수 감찰 중간보고서’ 문건 관련 보도는 이른바 ‘가짜 뉴스’ 

TV조선은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 소속 특감반원이 작성한 유 전 부시장 감찰 중간 보고서를 입수, 2019년 1월20일 보도했습니다. 당시 앵커멘트 전문입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 소속 특별감찰반이 지난 2017년 11월쯤 생산한 유재수 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관련 감찰 중간보고서 일부를 TV조선이 입수했습니다. 유 전 국장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라며, 특정 금융회사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직무 관련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아래는 해당 기사의 첫 두 줄입니다. 

“TV조선이 입수한 유재수 당시 금융위 국장 감찰 중간 보고서 일부는 유 전 국장과 모 금융회사 대표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 분석 결과를 정리한 것으로 시작합니다. (유 전 부시장이) 수시로 연락하며, 영향력을 행사해 사업에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골프 빌리지 무상 이용, 애플PC, 골프 접대, 식사비용 결제 등 스폰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분석됨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당시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보도 다음날 해당 기사에 대해, “저희들이 알고 있기로 (TV조선이 보도한 보고서는 실제로 작성된) 보고서가 아닙니다. 이 건에 대해 김태우 수사관이 관여하지 않았고요. 다른 파트에서 만든 보고서를 굉장히 부정확하게 옮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보도에 나와 있는 문장과 단어가 보고서 내용과 상당히 다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사 어디에도 김태우 전 수사관 관련 언급은 없는데 불현듯 김 전 수사관을 언급했고, 보고서가 아니고 굉장히 부정확하게 옮긴 것이라며 해당 보도를 사실상 ‘가짜 뉴스’ 수준으로 평가 절하했습니다. 

TV조선은 첫 보도 다음 날, 감찰 보고서의 나머지 내용들을 후속 보도했습니다. 아래는 두 번째 기사의 앵커 멘트입니다. 

“TV조선이 입수한 ‘청와대 특감반 감찰 중간보고서’ 후속 보도입니다. 이 보고서에는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금융위원회 재직 시절, 부인에게 선물할 골프채를 사달라고 요구한 내용이 있습니다. 공항이나 국회를 갈 때 다른 민간 회사에서 차와 기사를 제공받은 혐의도 적혀 있습니다.”

다음은 주요 문장입니다. 

“유 부시장은 처에게 선물할 골프채를 사 줄 것을 요구했다고 기술돼 있습니다. 골프 접대를 받은 정황이 3회 정도 발견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산수화 그림 선물, 공항과 국회 이용 시 차량과 기사를 제공받는 스폰서 관계임이 확인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두 번째 보도가 나간 직후, 청와대는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취재후 Talk] 檢 공소장 내용 토대로 과거 靑 '유재수 관련 해명' 따져보니
 

https://n.news.naver.com/article/448/0000264430

◇ 靑 “백원우, 총선 준비할 것…특별한 사퇴 이유 없다”
 

첫 보도가 나간 다음 날인 2019년 1월21일, 청와대는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사퇴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후임 민정비서관에는 김영배 정책조정비서관이 임명됐다고 전했습니다. 다음은 당시 김의겸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입니다. 

“백 비서관은 나가면 휴식기간을 가진 뒤에 총선 준비를 할 것으로 알고 있다. 백 비서관이 오늘 나간 특별한 이유는 없다. 총선 나가실 분들 본인의 사정이나 지역구의 형편, 여러 가지들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나갈 것으로 알고 있다”

김 비서관의 후임 정책조정비서관에는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이, 사회정책비서관에는 민형배 자치발전비서관이, 자치발전비서관에는 김우영 제도개선비서관이 각각 임명됐다는 내용도 함께 알렸습니다. 청와대는 당시 백 비서관 사퇴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비서관급 인사들에 대해 줄줄이 전보 발령을 냈던 셈입니다.

이 때문에 당시 한 기자가 ‘임명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도 있다. 교체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텐데, 배경 설명 부탁한다’고 질문하자, 김 대변인은 “백 비서관이 빠지는 데 따른 어떤 연쇄이동 성격”이라고 언급했을 뿐 더 이상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두고 당시 기자들 사이에서는 김영배-민형배-김우영 비서관은 임명 5개월 만에 보직이 바뀌는 상황에 놓여 “이례적”이라는 반응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같은 해 1월9일, 그러니까 백 전 비서관 사퇴 12일 전 이른바 ‘총선 출마 예정자’들에 대한 교체 인사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조 전 장관 검찰 공소장 내용을 보니, 백 전 비서관의 전격 사의가 유재수 감찰보고서 공개와 맞물려 진행됐을 수 있겠다는 의심도 일부 들었습니다. 

공소장에 적시된 백원우-박형철 비서관 간 대화 내용을 보니, “백 전 비서관이 유재수를 봐주는 건 어떻겠느냐는 취지로 제안하였으나 박 전 비서관이 거절하자, 얼마 후 다시 사표만 받고 처리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제안”했다고 쓰여 있습니다. 

조 전 장관은 백 전 비서관에게 “참여정부 인사들이 유재수가 자신들과 가깝고 과거 참여정부 당시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이니 봐달라고 한다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유재수가 현 정부 핵심 인사들과 친분관계가 깊은데 정권 초기에 이런 배경을 가진 유재수의 비위가 크게 알려지면 안 된다는 의견을 전달 받았다”고도 적시돼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실제로 백 전 비서관이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과정에서 상당 부분 관여했기 때문에, 감찰 중간보고서가 언론에 공개된 직후 사의를 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지난 20일 “작년 1월 있었던 청와대 개편에서는 당초 빠져 있었던 백 민정비서관이 유재수 감찰보고서가 언론에 공개되자 총선 출마를 핑계로 황급히 사직한 것은 이 사태를 청와대도 인식했다는 증거로 보인다”고 논평했습니다. 

백 전 비서관의 사퇴 진의가 감찰보고서 공개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명확한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백 전 비서관만이 알 수 있겠지요. 

◇ 조국 전 장관 사퇴 시점 ‘진퇴양난’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14일 장관직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런데 사퇴 시점을 두고 말들이 많았습니다. 법무부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야당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위증 등의 죄)를 거론하며, 조 전 장관이 국감장에서 거짓 증언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물러났다고 주장했습니다. 

국감장에서의 조 전 장관 일가 관련 증언과 유 전 부시장 관련 증언들이 향후 조 전 장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상황에 놓여 사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즉, 조 전 장관은 앞서 “유 전 부시장 비위는 혐의가 약하고 사적인 문제”라고 했던 발언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건데요. 국감장에서 해당 발언을 뒤집으면 검찰 수사에 결정적 증거를 줄 수 있고, 반대로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어 그런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는 논리입니다. 

제가 조 전 장관의 속마음을 알 길은 없습니다. 다만 검찰 공소장 내용을 읽어보니 조 전 장관이 국감을 앞두고 여러 가지로 답답했을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두에 서술했다시피 공소장 내용이 100% 사실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검찰이 사안의 경중을 자체 판단해, 검찰의 기존 논리를 뒤집는 증언들을 공소장에 고의로 누락시켰을 수도 있습니다. 

조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인 김칠준 변호사는 21일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공소내용은 사실관계와 부합하지 않으며 법리적으로도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고 주장했습니다. 

“사건의 핵심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 시절 부하직원인 특감반원의 권한을 침해하였다는 것인데, 그러한 권한이 인정되지 않으면 수사전체가 사상누각임에도 잘못된 전제하에 진행된 무리한 수사”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또 “당시 백 비서관은 유재수 씨가 억울하니 당사자의 사정을 청취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상황을 점검한 후 이를 조국 민정수석에게 보고했다. 이는 민정비서관의 업무”라면서 백 전 비서관을 엄호하기도 했습니다. 

사법부는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요? / 백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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