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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추적] '엉터리' 공공조형물에 세금 줄줄…브로커까지 기승

등록 2020.01.22 21:35

[앵커]
전국 지방자치단체마다 조형물을 조성하고 있지만, 흉물이라는 오명을 쓰고 방치되는 곳이 많습니다. 지역과 별 연관 없는 조형물인게 가장 큰 이유인데, 여기에 지자체와 작가 사이에서 활개치는 중간 브로커까지 생겨났으니 정부와 지자체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이는데요.

장혁수 기자가 '뜬금 없는' 조형물 대체 어느 정도인지, 추적해봤습니다.

 

[리포트]
2017년 강원도 양구에 설치된 스포츠 영웅탑. 18m 높이 탑 주변엔 유명 운동선수 사진이 즐비합니다.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와 '역도 여제' 장미란, '레슬링의 전설' 심권호 등, 익숙한 얼굴들이 7개 비석 중 3개를 채웠습니다.

여기 보시면 강원도 양구를 빛낸 체육인들을 붙여 놨는데, 이 부분을 제외하고는 다 비어있습니다. 양구와는 무슨 관계가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이봉주 / 전 마라톤 선수(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양구에서 해마다 마라톤 대회 있어가지고요. 참석을 했었거든요."

김학봉 / 전 역도선수(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
"양구군 쪽에서 연락이 와서요. 자세히 기억은 안나는데… (양구군이랑 관련이 있는 건 아니시고요?) 네,네."

탑을 만드는 데 세금 6억원이 들었지만, 인적이 드문 외곽에 설치돼 찾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이밖에도 지역 특성이나 연관성이 쉽게 떠올려지지 않는 조형물이 양구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지난 3년 간 양구에 설치된 공공조형물만 113개, 예산 33억원이 들어갔습니다. 재정 자립도가 비슷한 지자체 가운데 최고 수준입니다.

양구군 관계자
"그 전에 다른 과에서 (조형물) 구입을 했던 사항이라, 사유같은 건 자세하게 말씀드리기가 곤란하고요."

'뜬금 없는' 조형물은 다른 지역에도 있습니다. 김제의 '용' 설화를 형상화했다는 조형물. 백룡의 머리부분을 지나면 용의 몸속을 뜻하는 통로가 나타납니다. 김제시가 약 8000만원을 들여서 만든 조형물인데 정작 김제 시민들에게는 흉물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손정호 / 전라북도 김제시
"그렇게 좋지는 않다고 저도 생각해요. 들어갈때 꼭 동굴 들어가는 느낌이 들거든요." 

전국에 설치된 공공조형물은 6287개에 달합니다. 지자체들은 관광을 활성화한다며 앞다퉈 조형물을 만들지만, 이렇게 우후죽순 공공조형물 사업이 진행되다 보니 비리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강릉시가 10억원을 들인 조형물 '태양을 품은 강릉'인데요, 여기엔 브로커가 개입했습니다. 브로커는 공무원들로부터 조형물 심사위원 명단을 알아낸 뒤 로비를 벌여 사업을 따내 이익금을 나눴습니다.

문제 조형물 설치 작가
"(어떡하다가 브로커랑 엮이게 됐는지….)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끊겠습니다."

기세남 / 전 강릉시의원
"심사위원들이 어떻게 위촉되고, 이 내용을 전부 다 아니까 브로커가 그 길을 만들어 가지고 가는거죠."

일부 지자체장이 보여주기식 사업으로 예산을 쓰다보니 이런 문제가 반복된다는 지적입니다.

채연하 / '함께하는 시민행동 좋은예산센터' 국장
"지자체들이 다들 '조례를 만들어라, 심사위원회를 설치하라'고 하는 권익위의 권고사항을 거의 다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지역 특색도, 찾는 이도 없고 관리감독도 부실한 공공 조형물. 누구를 위한 작품일까요.

김제 시민
"우리 김제시가 부자인가, 조형물 저런 걸 왜 세워놓을까…."

현장추적, 장혁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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