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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중국 곁에 산다는 것

등록 2020.01.22 21:47

영화 '아웃브레이크'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미국을 덮치는 재앙을 그립니다. 그런데 아프리카에서 원숭이를 밀수입해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화물선이 한국 배였습니다.

"배고파? 이거 줄까? 먹어…"

할리우드가 걸핏하면 한국인을 등장시켜 비하하던 시절이어서 더 화가 치밀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그런 역할에 어울릴 법한 사람들은 따로 있을 텐데 말이지요.

지금 중국 우한에 영화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신종 우한 폐렴이 사람 사이에 전염되면서 계엄령이라도 내린 것 같다고 합니다. 경찰이 도시를 드나드는 차량을 검문 통제하고, 중국 설 춘제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됐습니다. CNN은 '지상최대의 인간 대이동을 앞두고 아웃브레이크, 즉 집단 발병의 공포가 드리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걱정했던 대로 국내에서도 환자가 발견됐고 바이러스는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서도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중국에서 사스, 조류독감, 메르스 심지어 야생 진드기에 물려 숨지는 감염병까지, 신종 바이러스가 번질 때마다 벌어지는 일입니다. 돼지열병도 지난해 중국을 휩쓴 뒤 북한을 거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신종 전염병들은 대부분 동물, 특히 조류가 많이 옮깁니다. 중국에 유독 변종 바이러스 감염이 많은 것도 사람과 동물이 밀집해 살기 때문입니다.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 일부에서는 세계에 유통되는 가금류의 90퍼센트를 사육하고 있습니다. 농촌지역의 열악한 보건의료 환경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화를 키우는 것이 중국의 감추고 축소하는 행태입니다. 이 고질적 관료주의 때문에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세계의 지탄을 받곤 하더니 이번에도 마찬가지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람과 물자가 사통팔달로 오가는 세상이지만 우리는 중국 곁에 사는 죄로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들고 민족이 이동하는 설은, 공포를 현실로 키울지도 모를 중대 고비입니다.

초기 대응에 실패해 나라를 뒤흔들었던 메르스 사태를 돌아보면 정부가 명심해야 할 제1 원칙이 자명합니다. 모든 것을 신속하고 솔직하게 알리고, 잘못은 빨리 인정하는 정직, 또 정직입니다.

1월 22일 앵커의 시선은 '중국 곁에 산다는 것'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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