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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방역, 제2의 국방

등록 2020.01.29 21:48

수정 2020.01.29 21:54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의 어린이들은 무분별한 불량 불법 비디오를…"

예전에 비디오를 빌려오면 먼저 봐야 했던 영상입니다. 거기서 호환은 호랑이, 마마는 천연두를 가리킵니다. 그런데 천연두를 왜 마마라고 했을까요. 상감마마처럼 귀한 신분에 붙이는 극존칭, 마마라고 불러주면 이 지독한 천연두가 기분이 좋아서 라도 떠나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이지요. 천연두를 큰 손님, 홍역을 작은 손님이라고 불렀던 것도 같은 뜻이었습니다.

음침한 날짐승 박쥐도 옛 궁궐에서는 귀하게 모셨습니다. 헌종과 경빈의 사랑이 깃든 창덕궁 낙선재의 난간과 문살에 박쥐가 새겨져 있습니다. 박쥐의 한자 이름 편복의 복자가 복 복(福)자와 발음이 같아서 부귀와 다산의 상징이었던 겁니다. 박쥐는 궁궐의 처마 천장 굴뚝, 도처에서 볼 수 있습니다.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현대판 괴질, 신종 코로나가 사스처럼 박쥐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중국인에게 박쥐는 복의 상징을 넘어 보신음식입니다. 소에게 쇠고기 사료를 먹여 광우병이 생겨났듯, 코로나 바이러스도 기상천외한 식도락이 부른 자연의 역습이 아닐까요. 사스의 악몽도 중국인에게는 교훈이 되지 못했습니다.신종 코로나는 사스보다 빠른 속도로 퍼지면서 감염자와 사망자를 급속히 늘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내일과 모레 전세기를 보내 우한 교민들을 귀국시킨다고 합니다만 한발 늦은 대책이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일본은 이미 어젯밤 1차 전세기를 띄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설 연휴에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말라"고 했다가 어제에야 "과하다고 할 정도로 강력하게 대응하라"고 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구제역이 발생하자 "방역은 제2의 국방"이라고 했습니다. "방역은 규정에 얽매이지 말고 상상 이상으로 강력하게, 피해 보상은 기대 이상 파격적으로 해야 민관이 자발적으로 협력한다"고 했지요.

당장 교민들이 돌아와 격리 수용되면 주민을 비롯한 국민의 이해와 협조, 의료진의 헌신이 절실합니다.

우한의 한 간호사는 "내 시간을 아껴 더 많은 생명을 구하는 데 쓰겠다"며 긴 머리를 밀어버렸습니다. 그런 진심과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정부가 할 일입니다.

1월 29일 앵커의 시선은 '방역, 제2의 국방'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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