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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검프가 워싱턴 워터게이트호텔에 묵 었습니다. 그는 맞은편 방의 손전등 불빛에 잠을 설치다 프런트에 알립니다.
"건너편 사무실에 경비원 좀 보내주세요…"
1972년 괴한들이 민주당 본부를 도청하려다 붙잡히면서 터진 워터게이트의 유쾌한 패러디였지요.
당시 범인들 수첩에서 발견된 두 글자 WH는 미국 현대 정치사를 바꿔놓았습니다. 화이트하우스, 즉 백악관을 가리키는 약자였고, 그 위 HH는 CIA 출신 백악관 자문관 하워드 헌트였습니다. 거기 적힌 번호로 워싱턴포스트 기자 밥 우드워드가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워드 헌트요"
"워터게이트 침입자 중 둘의 수첩에 왜 당신 이름과 전화번호가 있나요?"
"맙소사, 재판이 걸린 일이니 할 얘기가 없소."
헌트는 도청 실무 책임자였고 닉슨은 그 뒤 2년을 수사 방해와 거짓말로 버티다 물러났습니다.
검찰이 대통령 친구, 송철호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관련자 열세 명을 기소했습니다. 그리고 임종석 전 비서실장까지 조사를 받았습니다.
윤석열 총장,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관계자와 수사팀 부장들까지 열 명쯤이 참석한 회의에서 내린 결정입니다. 이 지검장만 반대했을 뿐, 추미애 장관 첫 인사 때 이 지검장과 함께 발탁된 공공수사부장도 찬성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증거 확보와 공소 유지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일 겁니다.
그중에 하나가 송병기 전 울산 부시장 수첩에 등장하는 두 글자 BH입니다. 블루 하우스, 즉 청와대를 가리키는 약칭입니다. 날짜와 함께 'BH 방문' 'BH 회의'라고 적혀 있고, 접촉한 비서관들 이름도 올라 있다고 합니다. 검찰이 그런 실상을 알고도 압력을 못 이겨 덮었다가는 나중에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절박함도 엿보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기소를 반대한 이성윤 중앙지검장은 또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는 마찬가집니다. 윤총장 감찰까지 들먹였던 법무부도 민주적 절차를 거친 이번 기소에는 할 말이 없게 됐습니다. 회의를 거쳐 사건 처리를 결정하라고 권했기에 반대할 명분이 없어진 것입니다.
청와대와 법무부가 더는 검찰을 흔들려 하지 말고 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 순리일 겁니다.
1월 30일 앵커의 시선은 '증거로만 말하라'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