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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법복 입은 정치인

등록 2020.02.02 19:47

수정 2020.02.02 20:45

"부정한 청탁이나 간섭을 받는 일이 없도록 지켜 주시옵소서. 유혹과 시험을 받을 때에는 단호히 물리칠 수 있게 하옵소서.“

소신 판결로 존경받았던 고 손지열 전 대법관이 쓴 '어느 법관의 기도문'입니다. 그는 1997년 김영삼 대통령 아들 현철씨 재판 때 "정치는 법정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말로 사법부의 권위를 지켰습니다.

23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사법부의 권위는 어떤 모습일까요. 지난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직권남용죄 범위를 더 엄격하게 따져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 직권남용죄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옥을 들락거렸는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없을 겁니다. 그래서 왜 이 시점에 이런 판결이 나왔는지 그 배경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때 마침, 조국 전 장관과, 백원우 전 비서관 등이 바로 이 직권남용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들에게는 이번 판결이 큰 무기가 될 거라고 합니다. 참 절묘한 타이밍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사법정의를 바로세우는 일이라고 했지만 코드 인사 논란은 사법부라고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사법부 수장이 대통령의 훈계를 듣는 듯한 장면도 논란이 됐죠.이번 총선에는 사법농단을 주장했던 판사 몇이 여당 후보로 출마한다고 합니다. 법원 내에서조차 '법복 입은 정치인'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죠. 이런 코드 논란은 사법부의 신뢰, 권위 그리고 공정성에 대한 불신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헌법은 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양심이 특정 이념이나, 특정 성향이 된다면 사법부의 신뢰는 회복되기 어려울 겁니다.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법복 입은 정치인"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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