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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중국 없이 살아보기

등록 2020.02.04 21:47

수정 2020.02.04 21:51

머나먼 북대서양에 외로이 떠 있는 얼음의 섬 아이슬란드. 수도꼭지에서 늘 맑은 빙하수가 나오는 나라지요. 그런데 수도 레이캬비크 거리 곳곳에 포스터가 붙어 있습니다. "생수 때문에 바보가 되지 말라" 관광객에게 경고하는 포스터입니다. "생수도 다 수돗물이니까 비싸게 사먹지 말고 수돗물을 마시라"고 합니다. 기념품으로 인기 있는 양털 스웨터에 속지 말라는 포스터도 있습니다. 아래쪽에 "기념품가게 물건이 대부분 중국산이니까 태그를 확인하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구 반대편 땅끝 남아공에는 '중국제가 아닙니다'라는 상표의 생수가 등장했습니다. 현지 생산을 내세우며 "지구를 아끼자, 토산품을 사자"고 외칩니다. 미국 가정에서 중국 제품 안 쓰고 살아봤더니 도저히 살 수가 없더라는 책이 나온 게 벌써 십 몇년 전입니다.

우리 역시 '메이드 인 차이나'에 포위돼 살지만 대개는 일상 소비재에서 위력을 실감하지요. 그런데 산업현장도 중국에게 얼마나 깊이 의존하고 있는지를 신종 코로나 사태가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산 부품 공급이 끊기면서 자동차업계부터 가동 중단과 생산 감축이 잇달고 있습니다. 당장 다른 공급처를 찾기가 어려워서 신종 코로나가 오래가면 큰 타격이 우려됩니다. 반면 르노삼성과 한국GM은 별 영향이 없다고 합니다. 글로벌 부품 조달망을 확보하고 있는 덕분입니다.

위기가 배터리, 가전, 디스플레이, 반도체에도 다가오면서 신종 코로나 발열 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은 우리 수출 4분의 1, 수입 5분의 1을 차지합니다. 외국인 관광객 셋 중 하나, 한 해 6백만명이 중국인입니다. 그래서 신종 전염병이 돌 때마다 국민 안전은 물론 경제에도 직격탄으로 날아옵니다. 당장 중국 GDP가 1퍼센트 떨어지면 우리는 0.35퍼센트 떨어져 세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미 사드 보복에서 봤듯, 중국은 경제 의존 구조를 서슴없이 정치적 압력수단으로 쓰는 나라입니다. 지난해 우리는 핵심 소재와 장비, 부품에서 메이드 인 재팬 없이 살기를 실험해 봤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언제든 마음의 준비 정도는 하고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지요. 마찬가지로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 역시 중국이라는 블랙홀에서 빠져 나오는 쓰디쓴 약이 돼야 합니다.

2월 4일 앵커의 시선은 '중국 없이 살아보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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