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7

[오현주 앵커가 고른 한마디] "나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등록 2020.02.15 19:45

수정 2020.02.15 20:56

이탈리아 피렌체 거리로 간 동양인 남성. 눈을 가리고 마스크도 쓴 채 가만히 서 있습니다. 옆에 둔 팻말엔 "나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사람입니다" 라고 적혀있습니다. 길을 지나던 사람들, 하나 둘씩 마스크도 벗겨주고 안아도 줍니다. 이 남성은 중국계 이탈리아인인데,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인 혐오가 번지자 편견을 갖지 말아달라고 호소에 나선 겁니다.

SNS에선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죠. 차별적 시선에 우리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손흥민 선수는 인터뷰 도중 기침을 했다는 이유로 조롱의 대상이 됐습니다. '토트넘 선수들 어떻게 되나' '명복을 빈다' 또 손흥민 선수가 보균자인냥 손흥민을 제외한 선수들에게 마스크를 합성한 사진이 돌기도 했습니다.

네덜란드 항공은 기내 화장실에 한국어로만 '승무원 전용' 이라고 써 붙여 우리 국민들의 분통을 샀습니다. 피해자가 된 우리는 한편으론 가해자이기도 했습니다. 일부 식당엔 '중국인 출입 금지' 안내문이 붙어있고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와의 접촉도 꺼려하는 분위기입니다.

인터넷에선 중국인 혐오 댓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새학기를 앞두고 서울대는 도서관 출입문에 중국인 유학생 혐오를 경계하자는 공지문을 붙였더군요, "전염병 질환이 불필요한 오해나 공포 유발해서 인류 공동체 소중한 가치 위협하지 않도록 노력하자" 손흥민 선수가 조롱당할 때 우리도 억울했듯이, 다수의 건강한 중국인들도 기피 시선에 억울했겠죠.

어쩌면 바이러스 공포를 이기는 방법 중 하나로 기피와 혐오를 택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19와는 열심히 싸우면서 정작 내 자신이 혐오 바이러스의 숙주가 된 건 아닌지, 지난 20여일을 되돌아봤습니다.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나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