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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오만 그리고 응징

등록 2020.02.16 19:46

수정 2020.02.16 20:11

그리스신화에서 빼어난 미모로 제우스의 마음을 빼앗았던 네메시스는 실상 응징의 여신입니다. 본능처럼 찾아오는 휴브리스, 즉 오만에 빠진 자를 벌주는 정의의 상징이기도 하죠. 그래서 그리스인들은 늘 네메시스를 두려워하며 오만해지는 걸 경계했다고 합니다.

지난한 주 민주당을 둘러싼 비난의 키워드는 바로 오만이었습니다. '민주당만 빼고' 이 칼럼을 쓴 교수와 경향신문 관련자를 고발하면서 진보 진영에서조차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하루 만에 고발을 취하했지만, 뒤끝을 남긴데다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으면서 논란은 가라 앉지 않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아니라 '文주주의'다. '민주당이 민주라는 말을 능멸했다' 이런 비난이 진보 인사들 입에서 나왔다는 건 민주당으로선 더 뼈아픈 일입니다.

물론 민주당에 투표하지 말자는 주장은 선거법이 금지하는 낙선운동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언론중재위도 해당 칼럼이 법 위반이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죠. 하지만 이해찬 대표도 지적했듯 칼럼을 고발한 건 언론 자유를 권력으로 누르려했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시절 헌법이 보장한 언론 자유를 포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습니다.

문재인 / 당시 민주당 대표
"공인과 공적 관심사에 대한 비판, 감시는 대단히 폭넓게 허용돼야 한다"
"비판과 감시에 명예훼손으로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는 결코 해서는 안 된다"

만약 민주당이 형사고발에 앞서 언론중재위의 판단을 구했다면 언론탄압 논란은 없었을 겁니다.

권력에 취하면 국민을 몰라보는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스위스의 철학자 카를 힐티는 "오만은 늘 파멸의 한 걸음 앞에서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오만하면 이미 승부에 지고 있다"고도 했죠. 오만이 도를 넘으면 응징의 여신 '네메시스'를 만나는 건 세상의 이치입니다.

삼가고 경계하는 자세가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 정치인들은 언제쯤 가슴에 새기게 될까요.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오만, 그리고 응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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