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파안대소

등록 2020.02.21 21:50

수정 2020.02.21 21:58

소복 입은 여자가 상주보다 더 슬피 웁니다. 어깨 들먹이며 곡을 합니다. 초상집에 곡소리가 끊기지 않도록 대신 울어주던 곡비입니다. 시인은 옛 곡비에게서 자신의 전생을 봅니다.

"아이고 아이고 진양조 단조로, 어수선한 상가 분위기 휘어잡는 저 여자, 울음을 웃음처럼 갖고 노는, 내 전생의 저 여자…"

맞습니다. 시인은 이 시대의 곡비입니다. 뭇사람을 대신해 아픔과 슬픔, 절망과 좌절을 곡진하게 울어주며 위로합니다. 나라와 사회의 지도자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일생에 한번 있는 순간"이라며 터키의 최고급 식당에서 스테이크를 대접받는 이 남자.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입니다.

굶주리다 못해 쓰레기통을 뒤지는 국민 눈에 이 장면이 어떻게 비쳤겠습니까. 우리도 나라에 일이 닥칠 때마다 고위 공직자의 골프가 문제되곤 합니다. 노무현 정부 때 이해찬 총리가 철도 파업이 시작된 3.1절에 내기골프를 했다가 물러났던 게 대표적이지요.

대통령이 어제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영화 '기생충'팀을 초대해 두 시간가량 점심을 했습니다. 당연히 축하 격려할 일이고, 점심도 화기애애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도 대통령 내외의 파안대소를 보는 마음이 그리 편치 않은 것은 왜였을까요.

너무 촉박해서 연기하기가 어려웠다면 보다 간소하고 조용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그것도 아니면 굳이 이런 장면을 공개할 필요는 있었을까? 대통령 부부야 차려진 밥상에 수저만 들었을 뿐이라 하더라도 참모들은 또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의아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어제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통화해 "중국의 어려움은 한국의 어려움" 이라고 말한 것과, 전날 질병관리본부장의 일문일답도 겹쳐 떠오릅니다.

"(중국인) 입국금지에 대해서는 방역하는 입장에서 고위험군이 덜 들어오는 게 좋은 건 당연합니다."

그 다음 말이 또 가시처럼 마음에 걸렸습니다. 

"다른 부분에서 고려해서 정부 차원에서 입장을 정리한 바가 있고요"

'누울 자리 봐가며 발을 뻗어라'는 게 우리 조상들 가르침입니다. 모든 일에는 적절한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고, 국가 재난 상황에는 더 더욱 세심한 배려와 공감이 필요하겠지요.

2월 21일 앵커의 시선은 '파안대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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