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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방심의 대가

등록 2020.02.23 19:45

수정 2020.02.23 20:10

마초와 조조가 맞붙었던 삼국지의 동관 전투. 마초는 20만 대군을 이끌고 조조의 장안성을 급습해 승기를 잡습니다.

그리고는 자신감에 취해 앞만 보고 진군하죠. 하지만, 조조는 후방을 역습해 역전승을 만들어냅니다. 잠깐의 방심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겁니다.

放心. 놓을 방, 마음심. 마음을 놓는다는 뜻이죠.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이 단어가 떠오른 건 비단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바이러스가 곧 종식될 거란 대통령의 말,

문재인 대통령 (13일)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국무총리

정세균 (13일)
"이런 데는 마스크 안 껴도 돼요."

과도한 공포가 문제라는 경제부총리.

홍남기 / 부총리 (19일)
"과도한 공포로 경제 위축"

중국인 입국금지를 하지 않은 게 잘 한 일이라는 법무장관.

추미애 / 법무장관 (19일)
"미국 같으면 중국 사람들을 완전히 입국차단을 하고"

그리고 자화자찬에 여념없었던 여당 지도부까지.

이인영 / 원내대표 (5일)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조금씩 승기를" 

이해찬 / 민주당 대표 (17일)
"우리 방역과 의료체계, 시민의식은 세계 수준."

경제를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불붙는 집에서 가재도구 챙기려는 모습은 아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말들이 국가 전체를 방심으로 몰고 간 측면이 있다는 건 정부도 부인하기 어려울 겁니다.

문 대통령 부부가 기생충 제작진과 짜파구리 오찬을 하며 파안대소한 이 장면은 클라이맥스였죠. 이날은 코로나19로 첫 사망자가 나온 날이었습니다.

잠시 5년전으로 돌아가 볼까요. 메르스 사태 초기에 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위기경고 수준을 높이지 않는 정부를 맹비난했습니다. 정부가 슈퍼전파자라며 수사까지 해야 한다고 했죠.

문재인
"위기 경고수준을 격상해야"
"슈퍼전파자는 다름 아닌 정부 자신"
"수사해야한다면 그 대상은 바로 정부" 

5년 전 대통령의 말대로 초기에 대응했다면 확진자가 중국다음으로 많은 나라가 됐을 지 의문입니다. 그런데도 추가적인 중국인 입국제한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다른 나라들이 우리국민을 입국 제한하는 황당한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불씨도 안 잡혔는데, 불끈다고 자신하다 초가삼간이 타버릴 위기를 맞는 형국입니다.

이제 많은 국민은 정부에게 묻고 있습니다. 과연 정부의 방역조치를 믿고 두려움 없이 생활해도 되는 건지.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방심의 대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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