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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적당히들 하시오! 적당히들!

등록 2020.03.01 19:46

"오랑캐와 싸우다 짓밟히는 한이 있더라도 사대(事大)의 예를 다해야 합니다."
"적당히들 하시오! 적당히들! 대체 이 나라가 누구 나라요? 뭐라? 이 땅이 오랑캐에게 짓밟혀도 상관없다고? "

2012년 영화 광해가 나왔을 때 진보진영은 열광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눈물을 훔치느라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고 하죠. 미국에 안보를 의지하면서 경제강국으로 성장한 현실을 사대로 보는, 과거 운동권 시각과 무관치 않았을 겁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을 덮치고 있는 요즘 영화 광해가 다시 화제입니다. 나라 전체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도 중국을 챙기는 모습과 겹쳐지기 때문일 겁니다. 당장 우리 쓸 의료용품도 부족한 상황에서 중국에 약속한 500만달러를 보내겠다는 정부의 설명에 사대 아니냐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광해군의 영화속 사자후는 지금 이 순간에도 힘있게 들립니다. 

"명황제가 그리 좋으시면 나라를 통째로 갖다 바치시든가!"

그 대상이 미국이든 중국이든 국민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건 정부의 몫입니다.

"어려울 때 돕는게 진짜 친구"라며 큰 돈을 지원했지만 지금 중국에서 우리 국민이 겪는 수모는 어떻습니까. 한국인 출입금지 푯말에, 봉인딱지까지 붙으면서 한국인의 자긍심은 땅에 떨어졌습니다. 중국 지방정부들이 우리 국민의 입국을 제한하는데도 우리 외교부는 사전에 통지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중앙정부 차원의 조치가 아니라고 합니다. 이 난리통에 한가롭게 영국을 갔다가 일방적 면담취소라는 수모까지 당한 강경화 장관. 귀국해서도 당당하기만 합니다. 

이제 전세계 3분의 1 이상이 우리 국민의 입국을 제한합니다. 우방인 미국까지 가세하면 우리는 사실상 국제적으로 고립됩니다. 대한민국 72년사에 언제 이런 상황이 있었는지, 아득하고 암담하기만 합니다.

며칠전 나온 박원순 서울시장의 중국 응원 메시지는 지금 상황에서 당황스럽게 들립니다.

"우한 짜요!(우한 힘내요) 중궈 짜요(중국 힘내요!)"

물론 이번 사태에 신천지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정부 책임이 덜어지는 건 아닙니다. 그걸 통제하고 관리하는 게 정부 몫이기 때문이겠죠. 이제 많은 국민은 묻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우리가 바이러스 공포에 떨면서 중국 눈치에 자존심까지 상처받으며 살아야하는 건지.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적당히들 하시오. 적당히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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