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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검찰, 신천지 압수수색 대신 '행정응원' 나선 까닭은?

등록 2020.03.05 18:55

수정 2020.03.06 15:46

[취재후 Talk] 검찰, 신천지 압수수색 대신 '행정응원' 나선 까닭은?

5일 경기 과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본부에 대한 행정 조사를 마친 중앙사고수습본부 특별관리전담반 등 정부 조사단이 시설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검찰 포렌식팀이 수색 대상지 문지방을 이토록 조용히 넘은 적이 있었나 싶다. 정부의 신천지 본부 행정조사 얘기다.

5일 오전 11시 경기도 과천시 신천지 본부. 과천시 공무원이 출입구 앞에 붙은 '시설폐쇄' 봉인 스티커를 뜯어냈다. 출입문을 열어젖힌 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관계자들이었고, 대검찰청 소속 포렌식 요원이 그 뒤를 조용히 따랐다. 압수수색 영장 없이 진행돼 현장엔 강제수사에서 느껴지는 긴장감도 없었다.

들어서는 순간까진 철저히 손님이었지만, 안에선 검찰 위주로 진행됐다. 이날 행정조사 시작과 끝도 대검 포렌식 요원이 결정했다. 전산서버를 들여다보는 작업이 행정조사의 전부여서 출동인원은 중대본이 가장 많았지만 현장에선 문을 따준 뒤 구경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지난달 25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호기롭게 강제 진입했지만, 신천지 도움으로 명단을 추출했었다.

검찰 입장에서 보면 중대본 행정조사를 뒤쫓아가 사실상 압수수색 효과를 거둔 셈이다. 대검찰청은 이번 행정조사를 두고 "현 단계에서 가장 실효적인 자료확보 방안"이라고도 했다. 중대본과 긴밀하게 협의해 '행정응원' 방식으로 포렌식 요원과 장비를 지원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방역 차원에서도 강제수사는 즉각 필요하다"며 검찰에 신천지 압수수색을 지시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머쓱하게 만든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신천지 강제수사를 둘러싼 추 장관과 검찰의 신경전엔 그만한 인식차가 깔려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궁지에 몰린 신천지가 추가 자료 제출은 물론 현금 공세까지 펼치고 있는 마당에 정부의 방역활동을 방해했다고 볼 만한 정황도 뚜렷하지 않다는 판단이 우세해 보인다.

검찰 내부에선 또 다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수사에 내몰려선 안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자고 일어나면 더해지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증가에 들끓는 국민 정서를 달래기 위한 '분풀이 수사 칼춤'은 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압수수색으로 신천지 서버 자료를 확보할 경우 수사 목적이 아닌 방역 목적으로 중대본과 공유하기 어렵다는 법리적인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추 장관의 신천지 압색 지시가 월권이라는 야당의 지적에 "지역사회 감염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 즉각적이고 엄정한 조치를 강조한 것"이라며 "과거에도 일정한 범죄유형에 대해 수사방법, 신병 또는 양형 등에 대해 (법무장관이) 지시를 내린 사례가 다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제시한 2011년 이후 법무장관 지시 사례 어디에도 압수수색 지시는 없었다. / 정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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