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어이가 없어서

등록 2020.03.06 21:46

수정 2020.03.06 21:49

"어이가 없네?"

영화 '베테랑'에서 악역을 빼어나게 연기한 유아인의 명대사지요. 

"맷돌 손잡이를 어이라고 해요, 어이… 맷돌을 돌리려는데 손잡이가 빠졌네? 이런 상황을 '어이가 없다' 고 그래요" 

맞는 말일까요. 궁궐 추녀마루에 늘어선 이 잡상들, 많이 보셨을 겁니다. 맨 앞이 삼장법사, 그 뒤로 손오공, 저팔계입니다. '서유기' 등장인물과 토속신을 화재와 귀신을 쫓는 상징으로 삼은 건데, 어처구니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궁궐 낙성식을 앞두고 잡상을 올리지 않은 것을 발견한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답니다.

"어처구니가 없네." 국어사전은 '어처구니'를 '커다란 사람과 사물'로 풀이합니다만 맷돌 손잡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반면 '어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영화 속 유아인의 설명은 틀린 셈입니다. '어처구니없다'와 '어이없다'가 같은 뜻이어서 혼동한 것이지요.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국민을 위로하는 친서를 보내왔습니다. 북한 2인자라는 여동생 김여정이 "겁먹은 개"라고 청와대를 조롱한 지 하루 만입니다. 그러니 우리 국민에게 그 위로가 위로로 들리겠습니까. 손잡이 없는 맷돌을 보는 심정입니다.

'어르고 뺨친다'는 속담도 있듯, 북한은 한편으로 빈정대고 또 한편으로 구슬리는 양동 기만전술을 구사해왔습니다. 뭔가 우리에게 바라는 게 있으면 먼저 더 강하게 나오는 식이지요. 하지만 이번 김 위원장 남매처럼 극과 극을 오간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보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근래 언제 우의와 신뢰를 보냈기에4 "변함이 없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문 대통령의 부산 초청 친서를 무례하게 걷어차고,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라"고 한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그런데 김 위원장은 왜 갑자기 위로 친서를 보낸 것인지 궁금합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그동안 북한 매체들이 밝힌 일부 지역의 '의학적 감시 대상자'만 합쳐도 7천명에 이릅니다. 김여정은 "겁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습니다. 그 말이 과연 어디에 어울릴지 생각해봅니다.

3월 6일 앵커의 시선은 '어이가 없어서'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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