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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비난도 책임도 영원하다

등록 2020.03.09 21:49

수정 2020.03.09 21:54

프로야구에는 진기록도 많습니다만, 1984년 한 타자가 두 경기, 아홉 타석 내리 고의사구로 걸어나간 것처럼 희한한 기록도 드뭅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당시 삼성 강타자 이만수는 홈런과 타점이 단연 1위였지만 타율에서 롯데 홍문종에게 0.001차로 쫓기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삼성 김영덕 감독이 롯데와의 마지막 두 경기에 이만수를 내보내지 않고 홍문종에게는 고의사구를 주라고 지시한 겁니다. 덕분에 이만수는 삼관왕을 차지했고, 김 감독은 "비난은 순간이고 기록은 영원하다"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록도 비난도 영원했습니다. 이만수는 타격 삼관왕이 되고도 MVP에 오르지 못한 유일한 선수로 기록됐고, 김 감독의 노골적 꼼수는 지금도 회자되는 불명예로 남았습니다. 

민주당이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참여를 당원 투표로 결정하기로 하면서 비례당 만들기 수순을 밟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정의당과 민생당이 반대 입장이어서 사실상 비례 민주당 창당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그동안 민주당은 비례정당이 "국민의 투표권을 침해하고 정치를 장난으로 만드는 것"이며 "국민을 얕잡아보는 눈속임"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정이 다급해지자 그 모든 말을 뒤집었습니다. 국민에게 최소한의 해명도, 사과도 없습니다. 이낙연 공동선대위원장은 "비난은 잠시지만 책임은 4년"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실 민주당의 속마음은 2주 전 핵심인사 다섯 명이 만나 비례정당 문제를 논의했다는 언론보도로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선거법을 고친 게 잘못" 이라고 하자 "공수처가 걸려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보도된 참석자 대화만 해도 공수처법 통과를 위한 야합을 실토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대통령 탄핵을 막으려면 비례정당을 해야 한다" "명분은 만들면 된다"는 말도 나왔다고 합니다. 

정부, 정당, 기업 할 것 없이 내부 논리에 빠지면 무엇이 잘못되어 가는지 보이지 않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스스로가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을 막아주는 '악마의 변호인' '레드팀'의 존재 가치도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민주당이 비례 위성 정당을 만들기 위해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결국 자신들 눈에만 보이지 않을 뿐 세상 사람들 눈에는 속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벌거벗은 임금님' 신세가 된다는 사실을 왜 모를까요? 아니면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일까요? 3월 9일 앵커의 시선은 "비난도 책임도 영원하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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