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코로나 자화자찬

등록 2020.03.10 21:48

수정 2020.03.10 21:53

시인 박목월이 동생 장례를 치르고 흙으로 돌려보냅니다.

"관이 내렸다.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 내리듯… 머리맡에 성경을 얹어주고, 옷자락에 흙을 받아 좌르르, 하직했다…"

그러면서 시인은 삶과 죽음 사이 아득한 거리를 가슴 저리게 실감합니다. 임종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죽음을 맞음' 그리고 '부모 가족이 숨을 거둘 때 곁을 지킴' 입니다. 어느 뜻이건 임종은, 이승과 저승이 엇갈리는 마지막 고해성사의 자리입니다. 떠나는 이가 의식이 있는 동안 가족은 핏줄과 사랑을 확인합니다. 한 생을 함께해 행복했다며 고마워합니다. 가슴속 응어리를 털어놓고 용서를 구합니다. 손 붙잡아 하나가 됩니다. 임종은, 가장 슬프면서도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의식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희생된 분들의 임종은 쓸쓸합니다. 메르스 때처럼 격리돼 가족이 곁에 없는 경우가 흔합니다. 염도 입관도 못하고 곧바로 화장됩니다. 남은 반려자에겐 사무치는 한이고 자식에겐 크나큰 불효입니다. 대구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사연 하나를 전해왔습니다. 아주머니 환자가 "가슴이 답답하다"고 해서 물었더니 "따로 격리됐던 남편이 어제 숨져서 임종도 못했다"고 하더랍니다. 거기에다 "화장돼 얼굴도 못 보고 장례에도 못 간다"니 그보다 답답하고 기막힌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안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정치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대통령이 "한국은 방역 모범사례로 평가 받을 것" 이라고 했습니다. 총리는 "조만간 변곡점을 만들 수 있을 것" 이라고 했습니다. 중국에서 입국하는 한국인이 문제라고 해 논란을 불렀던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다른 나라 모범사례이자 세계적 표준" 이라고 자랑했습니다. 확산세가 수그러드는 것은 다행이지만 이미 쉰 명 넘는 국민이 숨진 상황에서 온당히 할 말인지 묻고 싶습니다. 자랑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박수를 받는 법이지요.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국민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는 것보다 더 송구스럽고 죄스러운 일은 없습니다. 방역당국자들이 코로나 희생자 현황을 알릴 때마다 예를 다해 위로하는 것도 그래서일 겁니다.

"대통령과 모든 국민을 대신해 깊고 깊은 애도를 전합니다…"

3월 10일 앵커의 시선은 '코로나 자화자찬'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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