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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수 부탁으로 책 샀지만 문제 될까 말 맞췄다"…법정 증언 나와

등록 2020.03.11 19:03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는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국장이 저서 대납 의혹과 관련해 금융업계 관계자와 사전에 말을 맞췄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손주철 부장판사)는 오늘(11일) 오후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유 전 국장의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펀드운용사 대표 김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씨는 지난 2004년부터 유 전 국장과 알고 지낸 사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17년 6월 유재수 당시 금융위 국장으로부터 자신이 쓴 책을 구매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277만원 상당의 책 140권을 구매했다.

김씨는 앞선 검찰 조사에서 "유재수의 책 내용이 좋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줄 목적으로 구매했고, 유재수의 친필 사인을 받아 되돌려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2차 검찰 조사에서는 "유재수의 요구로 책 140권을 구매했고, 이후 운전기사를 통해 유재수의 처갓집에 책을 보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김씨가 진술을 번복한 과정에는 유 전 국장과의 말 맞추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씨는 "2019년 초, 유재수와 책에 대해 걱정을 하던 중 자신이 유재수에게 저자 사인을 부탁하면서 책을 보냈고, 되찾아 온 걸로 하자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증언했다.

저자 친필 사인을 받은 걸로 하자는 제안을 누가 먼저 했냐는 검찰의 질문에 김씨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저자 사인과 관련해서는 유재수가 먼저 말한 것 같다"고 증언했다.

김씨가 유 전 국장의 요구를 들어준 이유에 대해서는 '복합적'이라고 설명했다.

"유재수와 오랜 친분관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친분관계를 좋게 유지하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유재수로부터 금융기관 인사를 소개받거나, 향후 사모펀드를 운영하게되면 금융위로부터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김씨는 유 전 국장의 주선으로 한국금융증권과 IBK캐피탈 사장 등을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국장은 금융위 재직시절 금융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총 4950만원 상당의 금품과 이익을 수수하고 부정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 전 국장 측은 자필 책값 대납과 골프채 수수 등 혐의에 대해서는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장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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