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샘터, 다시 흐르다

등록 2020.03.11 21:49

수정 2020.03.11 22:03

만원짜리 지폐, 찬찬히 들여다보신 적 있으십니까. 세종대왕 옆에 숨은 그림은 일월오봉도입니다. 임금이 앉는 옥좌 뒤에 세워 왕의 존엄을 상징하는 병풍 그림이지요.
그리고 그 위 글귀 보이시지요? "불휘기픈남간 바라매아니뮐썌…" 세종대왕이 한글로 처음 펴낸 '용비어천가' 한 대목입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마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시인이 경북 문경 산골, 사과밭을 지나는데 사과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가 명찰을 달고 있습니다. "지나다 목마르면 하나 따 드세요…" 시인은 그 명찰에서 목젖 가득 찰랑대는 옹달샘의 물소리를 듣습니다.

일상의 목마름을 축여주던 교양지 '샘터'가 폐간 위기라는 가뭄을 이겨내고 다시 흘러 창간 50주년 기념호를 냈습니다. 지난해 시월 오랜 적자 끝에 마지막 호를 찍는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만, 그 뒤로 샘터를 아끼는 보통사람들이 저마다 물지게를 지고 와 부어준 덕분입니다. 평생 독자였다가 시력을 잃은 어머니를 대신해 구독 신청을 한 아들. 서독 간호사 시절 다정한 친구였던 샘터를 위해 편지와 성금을 남긴 노부인. 몇 십 년 전 군대에서 샘터와 인연을 맺었다며 열 명의 구독신청서를 들고 온 중년 신사까지, 정기 구독자가 2천5백이나 늘어났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30년 동안 샘터를 받아보다 귀국한 노부부는 천만원짜리 수표를 놓고 갔고, 어느 재소자는 적지 않은 액수를 익명으로 기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모두들 "샘터를 꼭 되살려달라"는 부탁과 함께….

돕고 나누고 서로를 일으켜 세우는 보통사람들의 힘을 보며, 대구시민을 비롯해 코로나에 한마음으로 맞서는 국민을 생각합니다. 정부는 벌써부터 자화자찬하기 바쁘지만, 가장 큰 공(功)은 국민과 의료진의 몫입니다. 묵묵히 지키고 배려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샘물이 돼주는 사람들 말입니다.

시인이 숲속 샘물을 들여다봅니다. "물속에 하늘이 있고, 흰구름이 떠가고, 바람이 지나가고, 조그마한 샘물은 바다같이 넓어진다…" 샘이 깊은 물이 강을 이뤄 바다로 가듯, 지금 이 고난 역시 국민이 헤쳐 나가고 말 것입니다.

3월 11일 앵커의 시선은 '샘터, 다시 흐르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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