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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지하철 손잡이가 무서워요"

등록 2020.03.12 21:47

수정 2020.03.12 21:55

재즈 가수 나윤선, 뮤지컬 스타 조승우. 걸출한 성격배우 설경구와 황정민… 이 스타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15년, 4천회 공연의 대기록을 세운 소극장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키워낸 별들입니다. 명곡 '아침 이슬'의 문화운동가 김민기가 지하철 속 소시민의 애환을 연출했지요. 거대도시의 고달픈 삶이 부닥치는 곳이 출퇴근 지하철입니다. 숨도 못 쉬도록 꽉꽉 욱여넣은 지옥철에서 시인은 밀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놓치지 말아야 했다. 하나의 손잡이와 두 발의 공간을… 참아야 했다. 무시로 짓밟히는 발등 그 모욕도. 최후의 이 공간을 지키기 위하여…"

하루 40만명이 물결쳐 흐르는 환승역, 서울 신도림역을 가리켜 시인은 "벌판과 동굴 사이, 천국과 지옥 사이" 라고 합니다. 일층에서 삼층까지 다각형 여로를 오르내리며 정동진 바다를 그리워합니다.

그 1호선 신도림역과 구로역을 비롯한 지하철 풍경이 확 달라졌습니다. 밀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게 아니라 서로 닿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급정거해도 손잡이를 잡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구로구 콜센터 관련 감염자가 백 명을 넘긴 가운데 직원 상당수가 지하철로 통근했다는 소식 때문입니다.

그러나 출퇴근 지하철 안팎에서 2미터 거리를 유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시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안은 채로 지하철을 탈 수밖에 없습니다. 무심하던 일상이 이렇게나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면서 말입니다. 정부는 콜센터 집단감염이 드러나고서야 다중 업소를 관리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러는 사이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와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도권 첫 한국인 희생자도 나왔습니다. 그제서야 총리는 "인구 절반이 밀집한 수도권에서 자칫 슈퍼 전파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대구는 병상이 없어 집에서 숨지는 희생자가 속출했고, 지금도 천명 넘게 집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 수도권은 만일의 경우에 제대로 대비돼 있는 걸까요. 재난은 늘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고 대처하라는 게 기본입니다. 그런데 계속 세계의 모범이라고 자랑하는 정부를 보며 지하철 손잡이 만큼이라도 미더운 마음이 들지 모르겠습니다.

3월 12일 앵커의 시선은 '지하철 손잡이가 무서워요'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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