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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앵커가 고른 한마디] 춘래불사춘

등록 2020.03.14 19:44

한나라 황제, 원제는 북방에 있는 흉노족과의 화친을 위해 여인 한 명을 보내야했습니다. 초상화를 보고 가장 덜 예쁜 궁녀를 택했는데, 그 사람이 중국의 4대 미인으로 꼽히는 왕소군였습니다. 그림과 달리 예뻤던 왕소군을 어쩔 수 없이 보냈고 눈물로 떠나는 왕소군의 처지를 당나라의 한 시인이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 오랑캐 땅엔 꽃도 풀도 없어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

지금 우리의 현실이 춘래불사춘이죠. 미세먼지와 황사 없는 봄철이 오랜만이건만 올해는 바이러스가 마스크를 씌웁니다. 길거리도, 관광지도, 황량하기만 합니다. 멈춰버린 일상이 실물 경제를 얼리면서 세계 증시도 파랗게 질렸습니다. 내일은 또 어떤 소식이 우리를 공포 속으로 밀어넣을 지 암담하기만 합니다.

기업들, 특히 자영업자들은 하루 하루 버티기도 힘든데 당정은 코로나 대응을 위한 추경 규모를 두고 파열음을 내고 있습니다.

홍남기 /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지난 4일)
"(추경에서) 재정적자나 국가채무 수준에 대한 우려도 함께 깊이 고민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해찬 /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11일)
"국가부채관리만을 목적으로 소극적인 재정정책을 쓰는 것은 결코 안 된다는 걸 다시한번 강조.."

여당이 '해임'까지 거론하며 증액을 압박하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결기를 보이기도 했죠. 대통령까지 나섰지만 경제사령탑의 역할과 위상은 당정 갈등 과정에서 적지 않게 흔들렸습니다.

11조원이 넘는 이번 추경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좌우돼서는 안 될 겁니다. 코로나 사태로 여기저기서 무너지는 둑에 긴급처방을 적기에 해야 그나마 회복할 기반을 지킬 수 있습니다. 추경 증액과 쓰임새 여부만큼은 초당적인 대응이 절실합니다.

우리 삶과 경제는 유례없이 잔인한 봄을 맞고 있습니다. 봄이 왔는데도 봄의 소리가 그립습니다.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춘래불사춘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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