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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지표 환자"·"출발점"·"기저질환"…책임 떠넘기기용 '낙인' 아닌가요?

등록 2020.03.24 13:42

수정 2020.03.24 15:13

[취재후 Talk] '지표 환자'·'출발점'·'기저질환'…책임 떠넘기기용 '낙인' 아닌가요?

질본의 '지표환자' 발표. 낙인 찍기 아닌가요?

◆"코로나 감염 사실만으로 낙인 되어서는 안돼"
지난 20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 본부장 브리핑입니다.

"코로나19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호흡기 감염병입니다."
"감염된 사실만으로 비난과 낙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확진자들이 힘든 생활을 지내고 계시는데 고생했다는 응원을 당부드립니다."

너무나 맞는 말입니다. 당연한 말입니다. 감염된 환자가 '가해자'가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 코로나 취재 중 수도권의 주요 집단 감염 현장을 모두 다녔습니다. '구로 콜센터' '분당 제생병원' '수원 생명수 교회' 등 대부분 현장을 갔습니다. 취재를 하며 "왜 확진자가 비난을 받아야 하나"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느꼈던 생각을 정 본부장이 그대로 말해줬습니다.

그런데. 확진자에 대한 '낙인찍기'. 방역당국이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취재후 Talk] '지표 환자'·'출발점'·'기저질환'…책임 떠넘기기용 '낙인' 아닌가요?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 '유력 출발점'은 남양주 시민?


◆질본 "유력한 출발점" 말하고…따지니 "결론 내린 적 없어"(?)
지난 15일 권준욱 중앙방역대책 부본부장 브리핑입니다.

"구로 콜센터 감염 관련 '유력한 출발점'은 남양주의 확진자입니다"

듣자마자 이해가 안 갔습니다. 권 부본부장이 지칭한 사람은 남양주 5번째 확진자 A 씨입니다. 하지만 A 씨는 구로 콜센터 빌딩에 확진자가 나오기 3주 전에 방문한 이력이 있을 뿐입니다. 콜센터 직원도 아니었고 아래층에 근무하던 직원입니다. A 씨는 심지어 지난달 26일 남양주 보건소에서 "해외여행 이력이 없다"라며 검사까지 거부 당한 환자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질본 브리핑으로 이 A 씨가 구로 콜센터 감염의 '유력한 출발점'이 됐습니다.

이 브리핑을 본 남양주시는 처음에는 "질본 브리핑이 오보다"라고 답을 줬습니다. "질본이 취합하는 과정에 실수를 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질본은 다음 날에도 A 씨를 '유력한 출발점'으로 또 지칭했습니다. 남양주시는 "우리 시민과 구로 콜센터 감염은 전혀 관련 없다"라며 질본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질본에 '정정 브리핑'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질본의 입장은 단호했습니다. "가능성 중 하나를 말한 것이다" "질본은 결론 내린 것이 없다" 경기도 감염 담당자가 질본으로부터 받은 전언입니다. 제가 질본의 말을 오해한 걸까요? 다시 한번 권 부본부장의 브리핑을 보겠습니다.

"콜센터의 전파경로를 밝히는 데 일단 출발점이 될 텐데, 저희가 파악하고 있는 곳으로는 일단 지난 2월 22일에 10층에 근무하는 교육센터의 직원이 가장 유력한 첫 번째 사례로 지금 판단하고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볼 때는 10층 발생이 7에서부터 9층과 11층의 콜센터로 전파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는 합니다만, 그 부분과 관련해서도 추가적으로 저희가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3월 15일, 권준욱 / 중앙방역대책 부본부장)

"추가적으로 조사를 하고 있다." 말했으니 결정 난 것는 없는 건가요? 가능성 중 하나를 말한 건가요? "유력한" "논리적" 이런 단어는 그러면 왜 쓴 걸까요? 질본의 카메라 브리핑으로 A 씨는 구로 콜센터 집단 감염을 만든 장본인이 됐습니다. A 씨는 현재 큰아들과 부인까지도 코로나19에 감염됐습니다. 병상에 있는 A 씨 일가족이 질본의 브리핑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요?

 

[취재후 Talk] '지표 환자'·'출발점'·'기저질환'…책임 떠넘기기용 '낙인' 아닌가요?
분당 제생병원 의료진 감염 '전국 최다'


◆분당 제생병원 집단감염 사례에서 나온 섣부른 판단
분당 제생병원의 사례에서는 '지표 환자'라는 낙인찍기가 나왔습니다. 분당 제생병원 사례는 특이합니다. 병원 집단 감염은 여러 곳에서 나왔지만 이곳은 의료진 감염 비율이 다른 곳에 비해 높습니다. 간호사 의사 확진자가 나오다 이제는 병원장까지 확진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의문이 들었습니다.

개인위생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의료진이 환자들을 감염 시킨 것은 아닐까? 실제로 이 병원에서는 말기 폐암 환자 2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습니다. 마지막 희망을 안고 항암 치료를 받던 두 분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의료진의 실수로 이들이 목숨을 잃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질본의 입장은 단호했습니다.

"현재까지는 가장 발병일이 빠른 입원환자(암 환자), 81병동 입원환자가 지표환자라고 보고 있고 조금 더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정은경 / 중앙방역대책 부본부장)

그런데 질본이 지칭한 '지표 환자' 사실상 지난달 21일부터 계속 병원에 입원 중이였습니다. 코로나가 확산되기 전에 이미 병원에서 마지막 희망을 키우던 분입니다. 반대로 의료진들은 출퇴근을 하며 얼마든지 지역 사회와 접점이 있었습니다. 질본도 "더 면밀하고 분석이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왜 '지표 환자'라고 카메라 앞에서 브리핑에서 낙인을 찍나요? 좀 더 신중하게 말할 수는 없던 걸까요. 질본이 지칭안 '지표 환자'. 현재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말기 폐암 환자십니다. 보호자도 감염돼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분이랑 "응급실에서 2m 거리에 떨어져 있어" 또 다른 지표 환자(?)로 의심받는 다른 폐암 환자분. 이미 사망했습니다. 병상에 있는 이 분들이 질본 브리핑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요?

 

[취재후 Talk] '지표 환자'·'출발점'·'기저질환'…책임 떠넘기기용 '낙인' 아닌가요?
'낙인' 찍히기 싫으시면 CCTV 있는 곳에서는 꼭 마스크 쓰세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던 명성교회 부목사…최종엔 '음성'
'낙인찍기' 질본만 문제는 아닙니다. 아니 지자체들은 더 심합니다.지난달 28일 강동구청이 시민들에게 통보한 메시지입니다.

"명성교회 부목사와 A 씨의 동선을 역학조사 중 CCTV를 통해 A 씨와 같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동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2월 28일 강동구청 페이스북)

보자마자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니 저 사람들은 왜 마스크를 안 써서 코로나를 전파해?' 그런데 명성교회 부목사와 A 씨는 서로 엘리베이터에서 대화를 하진 않았다고 합니다. 또 정부에서는 처음부터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 쓸 필요 없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에서 코로나를 전파했는지 증명된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목사와 A 씨 최종으로는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진실은 어떻든 이미 이 두 사람들은 '마스크 안 쓴 개념 없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혔습니다. 아니면 말고식 낙인찍기에 피해자가 됐습니다.

지자체들 동선 공개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새 대부분 지자체장들은 자신의 페북에 확진자의 동선을 올립니다. (지자체 페북보다 자신들 페북에 올리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러면 걱정이 많으신 시민들은 그곳에 댓글을 답니다. "어디 마트인지 정확히 알려주세요" "어디 가게인지 정확히 알려주세요" 지자체장들은 시민들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서로 경쟁하듯 더 자세히 공개합니다. 어떤 지자체는 '확진자의 부모가 암이라는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다'라고도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확진자와 같은 공간에 있던 사람들은 방역당국이 CCTV + 카드 사용내역 등을 통해 모두 파악합니다. 그 사람들에게 바로 자가 격리를 통보합니다.

지자체장들의 '동선 공개' 경쟁 아래 '낙인' 찍힌 가게들은 눈물을 흘립니다. 구로역에서 수십 년간 장사를 해 온 김춘길 씨는 콜센터 확진 이후 1주일 간 매출이 0원입니다. 저희에게 하소연했습니다. 0원이 적힌 영수증을 들이밀면서 좀 도와달라고 전했습니다. 질본에서 지자체들에 '동선 낙인 찍기' 자제를 요청해주세요. 대구에서는 사망자를 통보하며 마지막에 꼭 '기저 질환' 낙인을 찍습니다. '당뇨' '치매' '고혈압' '뇌졸중' 심근경색' '협심증' 등등 어떤 때는 기저 질환 '없음'을 적어 놓고선 불안했는지. 괄호 열고 '20년 전 교통사고로 폐 손상'을 적어두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하시고 싶은 말이 뭔가요? 모두 죽을 만한 사람이 죽었다는 건가요? 20년 전 폐손상이 드디어 사인이 된 건가요? 모든 사망자분들의 사인은 분명히 하나입니다. '코로나19'. 대구시는 낙인찍기로 환자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마세요.

 

[취재후 Talk] '지표 환자'·'출발점'·'기저질환'…책임 떠넘기기용 '낙인' 아닌가요?
정은경 "코로나 19 감염 사실만으로 낙인 안 돼" / YTN 보도화면 갈무리


◆박능후 장관님! 책임 떠넘기용 '낙인' 중지시켜주세요.
위에 언급한 "지표 환자" "유력 출발점" "마스크 안 쓴 부목사" "기저 질환자" 설령 방역당국의 분석이 맞을 수 있습니다. (부목사는 아예 '음성'이라 틀림) 그들로 인해 수도권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것일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 마다 방역당국에 되묻고 싶습니다. 방역당국이 언급한 '지표 환자' 말기 암 환자 분인데. 마지막 생을 앞두고 버킷 리스트의 일환으로 중국 우한에 갔다가 코로나를 옮아 온 건가요? 질본이 언급한 '유력 출발점' 중국 우한에 가서 일을 하다 옮아 오신건가요? 명성 교회 부목사는 중국 우한에 기독교 전파를 위해 갔던 건가요? '당뇨' '고혈압' '20년 전 폐손상 된 환자' 들이 중국 우한 갔다 사망한건가요?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방역당국에 물으면 답은 항상 같습니다. "아직 전파 경로가 파악되지 않는다. 지금은 방역이 더 중요하다" 맞습니다. 방역 중요합니다. 그러니 중국인 입국 금지를 하지 않은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낙인찍기는 그만두고 방역 합시다.

결국 '낙인'의 정점에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계십니다. 마스크 부족은 '의료진 탓' 코로나 확산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 탓' 창문을 열어 놓고 모기 잡지 말자는 의협의 요청에 "겨울에 모기 없다"라며 '의협 탓'으로 돌리는 박 장관이 정점에 있습니다. 방상혁 의협 상근부회장이 눈물을 흘리며 저희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방역은 정치가 아니고 과학입니다."

박 장관님! 현장에서 고생하는 모든 의료진을 위해 방역만 신경 써주세요. 부탁드립니다. / 주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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