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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

등록 2020.03.24 21:48

신나는 노래 '풋루스'에 맞춰 춤을 추는 이 남자. TV 포함해 출연작이 3백편 가까운 케빈 베이컨 입니다. 이 마당발 배우를 모델로 삼아 1994년 대학생들이 사람 사이 연결고리를 측정하는 '케빈 베이컨 게임'을 개발해 인기를 끌었습니다.

게임에서 할리우드 모든 영화인은 평균 세 명만 건너면 베이컨과 연결돼 그의 오지랖이 입증됐지요. 그 게임의 원전이 1970년대 '좁은 세상 실험' 입니다. 편지를 써서 전혀 모르는 사람을 통해 전달하게 했더니 평균 5.5단계를 거쳐 수취인에게 도착했다고 합니다. 지구상 모든 사람은 여섯 명만 건너면 아는 사람과 연결된다는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이 거기서 나왔습니다.

6이라는 수치는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통한 대규모 분석에서도 확인됐습니다. 세상 참 좁습니다. 6단계 법칙은 빅 데이터 마케팅, 컴퓨터 회로 설계, 감염병 확산경로 분석과 감염지도 작성까지 다양하게 활용됩니다. 그렇듯 인간관계란 곧 감염경로입니다. 그렇다고 한 칼에 자를 수 없는 것이 또 인간관계여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어느 때보다 소중한 요즈음입니다. 2미터씩만 떨어지면 감염위험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거지요.

그런데 봄꽃 명소와 동해안에 인파가 넘친다고 합니다. 적지 않은 교회가 예배를 보고, 클럽에 젊은이들이 몰려 걱정을 더합니다. 집에 갇혀 있다 숨 한번 크게 내쉬고 싶은 마음을 모르지 않지만 감염병과의 전쟁에서는 누구든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 이라는 말처럼, 독서로 여행을 하는 건 어떨지요. "봉쇄령이 내려진 지금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표현을 해줄 기회"라는 교황 말씀도 살갑게 다가옵니다 6단계 법칙의 주인공 케빈 베이컨도 '나는 집에 있다' 캠페인에 나섰고 데이빗 베컴과 엘튼 존도 호응했습니다.

스페인 비디오 아티스트가 만든 영상입니다. 도미노처럼 늘어선 성냥개비들을 따라 불이 번져갑니다. 그런데 성냥개비 하나가 슬쩍 줄에서 빠져나오자 불길이 끊깁니다. 이 '안전 성냥'처럼 감염의 사슬이 마지막 6단계까지 가지 않도록 끊는 일은 결코 남에게 미룰 수 없는 일입니다.

3월 24일 앵커의 시선은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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