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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교황의 기도

등록 2020.03.31 21:54

수정 2020.03.31 21:58

1981년 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순례자들을 만나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저격을 당했습니다. 총탄은 1밀리미터 차이로 심장을 비켜갔습니다. 교황은 다섯 시간 대수술을 받고 나흘 만에 의식을 되찾자 곧장 감옥으로 갔습니다. 자신을 쏜 터키 청년과 단 둘이서 비밀 대화를 나눈 뒤 "그를 진정으로 용서했다"고 말했습니다.

매주 수요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는 누구든 교황을 뵐 수 있는 일반 알현이 이뤄집니다. 그때마다 사람들을 스스럼없이 가까이 만나는 분이 프란치스코 교황이지요. 한번은 군중 속을 다니던 교황이 중년 남자 앞에 멈춰 섰습니다 남자는 신경 섬유종증이라는 희귀병을 앓아 얼굴이 온통 혹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교황은 남자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축복하더니, 끌어안고 이마에 입을 맞췄습니다. 성 프란치스코가 길에서 만난 한센병 환자에게 입맞춤 했듯… 그런데 작년 말에는 손을 움켜잡고 끌어당기는 여성 신도를 뿌리치는,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지요.

많게는 30만명이 모여들던 성 베드로 광장이 텅 비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광장에 빙 둘러 울타리를 치고 폐쇄한 지도 3주가 지났습니다. 그곳에 교황이 섰습니다. 지난 주말 봄비 뿌리는 어둑한 광장에서 특별 기도를 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의 어둠 속에서 한없이 나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저희는 무섭습니다. 주님 당신께서는 저희를 돌풍의 회오리 속에 버려두지 말아주십시오…"

그러면서도 교황은 '신문 머릿기사에도, 거창한 포토라인에도 나오지 않지만 용감하게 헌신하며 희망을 퍼뜨리는 보통사람들'의 힘을 믿는다고 했습니다. 의사, 간호사, 마트 직원, 미화원, 간병인, 운송인, 경찰, 그리고 자원봉사자를 일일이 꼽았습니다.  

"우리는 혼자서 나아갈 수 없다는 것, 오로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고통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희망을 낳습니다. 교황이 말씀했듯, 어둠속에 갇힌 세상에서 새벽을 여는 사람들은 거창한 지도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이번 역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머지 않아 이 어둠에서 벗어나고 말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3월 31일 앵커의 시선은 '교황의 기도'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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