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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靑, 도넘은 '코로나 방역' 셀프 홍보…방위비 협상까지 그르칠까

등록 2020.04.03 16:55

[취재후 Talk] 靑, 도넘은 '코로나 방역' 셀프 홍보…방위비 협상까지 그르칠까

/ 조선일보DB

청와대가 2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한미 간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 상황을 점검하고 조기 타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NSC 발표 직후 외교부도 "방위비 분담금 협상 관련 고위급에서 계속 협의해 왔으나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이 잠정 타결된 것으로 알려졌고, 1~2일 내 발표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진 지 하루 만에 기류가 뒤집힌 것이다.

지난 1일 몇 언론은 "한국 측이 요구하는 기존 분담금(1조 389억 원)의 10%대 인상안 수준으로 5년짜리 다년 계약을 이뤘다"는 긍정적 협상 결과를 보도했다. 보도의 근간에는 "미국에서 소식이 오는 대로 1일 중 발표가 가능할 수 있다"는 청와대 고위관계자 등의 이야기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다.

청와대는 실제 지난 1일, 미국의 날이 밝는 대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인이 담긴 합의문이 전달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달 28일 미국에서 귀국한 정은보 협상대표가 자가격리 상태여서 김유근 청와대 안보실 1차장이 대신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미국의 업무 시간 이후에도 연락은 오지 않았고, 청와대 NSC와 외교부는 하루 만에 돌연 '장기전'을 예고하며 방향을 바꾼 것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2일 "현재 미국은 코로나19로 주요 부처가 모두 업무 셧다운 중인데, 이런 상황에 협상하는 곳이 어디 있냐고들 한다"고 했다. 특히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대통령 직보 사항이어서, 재택근무 중에는 결론이 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주한미군 무급휴직자들은 계약직·일용직이 다수이고, 필수 인력들이 아니어서 서두를 이유가 없다"며 "협상은 1~2주 밀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도 했다.

어떤 과정에서 한미 간 이른바 '동상이몽'을 꾸게 됐는지 지금까지는 알 수 없다. 양 정상의 최종 사인을 앞두고 논의가 멈춘 것인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합의안조차 보지 못한 것인지, 혹은 앞서간 한국의 언론의 보도를 보고 미국이 돌연 마음을 바꾼 것인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이 사달의 기저에, 코로나19 사태를 놓고 벌이는 청와대의 과도한 '셀프 홍보'가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최근들어 부쩍 한국 정부의 우수한 코로나19 방역 관리 등 대응 능력을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홍보라인에선 연일 대통령 일정이나 청와대 홈페이지, 부처 공보 등에 반영될 수 있는 다양한 홍보 방안을 강구하도록 주문한다고 한다.

청와대는 2일 "문재인 대통령이 '외국의 진단키트 및 관련 의료 기기 지원 요청' 등으로 15개국 정상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알렸다. 문 대통령도 지난 1일 경북 구미를 찾아 "G20 특별 화상 정상회의에서 기업인, 과학자, 의사 등 필수 인력의 국가 간 이동을 허용하자는 저의 제안이 공동선언문에 반영되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청와대는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의료 장비를 곧장 승인되도록 즉각 조치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가, 외교부가 '잠정 승인'이라고 수습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날 한미 통화를 계기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는 설명까지 청와대 내부로부터 나온 것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협상의 살얼음판 위에서, 또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하는 코로나19 방역 상황 속에서 청와대가 섣부르게 조급해지는 이유는 뭘까. 국민의 힘이 모여 이룬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능력이 혹여 미국 등에 총선을 의식한 청와대의 선거 운동이라고 비춰지지 않길 바란다.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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