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사람이 희망이다

등록 2020.04.03 21:54

수정 2020.04.03 21:58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미스터트롯'에서 정동원군이 부른 '희망가'입니다. 일제강점기 수난과 설움을 노래했던 '이 풍진 세월'을 지난 백년 수많은 가수들이 부르면서 '희망가'라는 이름을 얻었지요. 하지만 열세 살 소년이 담담한 듯 풀어낸 이 노래만큼 근래 우리 가슴을 깊이 파고든 적도 드문 듯합니다. 기교 부리지 않고 세상의 때가 타지 않은 청아한 미성에 끝내 눈물을 흘렸다는 분이 적지 않았습니다.

희망을 묻기조차 버거운 지금 이 풍진 세상이기에 더 큰 위로와 희망으로 다가왔습니다. 시인은 말에도 꽃을 피우는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 시대에 가장 암울한 말이 있다면… 나 하나쯤이야… 우리 시대에 남은 희망의 말이 있다면, 나 하나만이라도, 내가 있음으로, 내가 먼저…"

서울 강남 어느 집 문에 이런 글과 함께 마스크가 붙어 있습니다. "택배기사님. 감사합니다. 마스크 하나씩 챙겨 가세요." 코로나 탓에 생필품 배달이 폭증한 요즘, 현관에 마스크 간식 음료수를 놓아두고 고마움을 전하는 집이 많습니다. 사재기가 극성인 다른 선진국과 달리 우리가 평온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건 택배 하시는 분들의 노고 덕이 크지요.

지난달 부산 어느 파출소 CCTV에 찍힌 장면입니다. 마스크를 쓴 청년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노란 봉투를 놓고 사라집니다. 봉투에는 마스크 열한 장, 사탕, 그리고 손편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장애인이라고 밝힌 청년은 "부자만 하는 게 기부라고 생각했는데 저도 용기를 냈다"고 했습니다. 이 사연이 알려진 뒤 파출소마다 마스크 기부가 잇따랐다고 합니다.

재난 기부도 역대 최대 기록을 내달리고 있습니다. 기부금이 세월호 때보다 훨씬 많은 2천억 원을 넘어섰고 의료-식료품도 천사백만 점에 이릅니다. 서울에서 자가 격리된 프랑스 기자는 이런 풍경들을 보며 '놀라운 시민정신의 발현'이라고 썼습니다.

포크 듀오, 시인과 촌장은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노래했지요. '나 하나만이라도, 내가 먼저'라는 꽃 피는 마음들이 지금 이 어두운 세상 풍경을 모두 제자리로 돌려놓을 겁니다.

4월 3일 앵커의 시선은 '사람이 희망이다' 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