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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추적] 따라가보면 절벽…곳곳에 '엉터리' 생태통로

등록 2020.04.04 19:42

[앵커]
도로가 새로 생기면, 야생동물 서식지가 갈라지면서, 동물들이 지나던 길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생태통로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오히려 이게 동물 뿐 아니라 사람까지 위험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인건지, 현장 추적, 차순우 기자입니다.

 

[리포트]
다친 동물을 보살피는 야생동물구조센터. 도로를 건너다 차와 부딪힌 고라니들이 보입니다.

"뇌진탕 증상 때문에…"

인근 대전-당진 고속도로에서만 매년 야생동물 약 200마리가 차에 치여 죽습니다. 동물들이 차도로 뛰어드는 건 인간의 도로가 자연 이동로를 막아버렸기 때문.

이준석 / 충남야생동물보호센터
"(동물이) 어디로 가도 다 도로를 마주하게 돼 있어서..."

대안으로 등장한 게 생태통로입니다. 생태 통로는 끊어진 서식지와 서식지를 연결해 주는 동물들의 이동 경로가 됩니다.

하지만 상당수가 잘 못 만들어져 야생동물 차량 사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19번 국도 위에 설치된 폭 10m 생태통로는 끝까지 가면 절벽이고...

"사람이 못 가면 동물도 못 가는 거 아닌가?"

세종시의 한 생태통로는 민가에서 시작돼 공사장으로 통합니다.

"생태통로인데, 여기를 다 깎아서 공사를 하고 있네요."

생태통로 옆에 등산로가 만들어지고... 한가운데 정자가 세워진 곳도 있습니다.

시민
"(생태 통로인지 아셨는지?) 여기가요? 난 몰랐는데요."

생태통로는 동물이 벗어나지 못하게 울타리를 쳐야 하지만.. 그마저 부실해 동물 발자국은 도로 쪽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생태통로는 야생동물 로드킬로 이어지는데 2012년 5000여 건에서 2017년 1만7000여 건으로 세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전국의 생태통로는 모두 483곳으로,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습니다.

하지만 상당수가 엉터리로 설치-관리돼 제 역할을 못합니다. 도로별 생태통로 설치-관리 주무부서는 제각각이고, 환경영향평가용으로 지어져 내팽겨친 곳도 적지 않습니다.

한상훈 / 한국야생동물연구소 소장
"설치하고 나서 거의 사후방치...관리를 거의 하지 않아요. 동물들이 얼마나 다니는지 거기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이뤄진 곳이 없고…"

생태통로는 제대로 만들어야 생명을 구합니다.

지리산 공단 관계자
"(동물이) 평소에 사용하던 환경과 생태통로를 이용했을 때, 이질감이 안 느껴져야죠. 편하게…"

결국, 엉터리 생태통로가 동물뿐 아니라 사람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현장추적 차순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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