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9

[CSI] "낙태약 있어요?"…길거리·인터넷·약국서 불법 의약품 거래

등록 2020.04.06 21:50

수정 2020.04.06 21:56

[앵커]
발기부전치료제와 일부 피임약의 경우,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 의약품이죠. 정부의 거듭된 단속에도, 이런 전문 의약품이 인터넷은 물론이고, 일부 약국에서도 불법 거래되고 있습니다. 정체불명의 낙태약 불법 유통도 여전했는데요,

소비자탐사대, 황민지 기자가 은밀한 거래를 포착했습니다.

 

[리포트]
지하철 화장실에 붙어 있는 유명 발기부전 치료제 광고. 전화번호로 연락을 해봤습니다.

"(정품이죠?) 네,네. 비아XX예요. (부작용같은 건 없죠?) 없죠. 3시간 전에 드시면 효력이 있는거예요."

약을 주고 받을 시간과 장소를 정한 뒤 2시간 만에 약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번엔 국내 판매가 금지된 낙태약. 인터넷을 뒤져보니 낙태약 판매글이 줄줄이 나옵니다. 메신저로 접촉하자 바로 답신이 오고...

임신 기간과 가격 등을 꼼꼼히 따진 뒤 계좌번호를 알려줍니다. 돈을 보내고 며칠 뒤 낙태약이 택배로 도착했습니다.

주문한 낙태약이 택배로 도착했는데요. 한번 열어서 무엇이 들었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열어보니 약 두가지와 낙태약 복욕 설명서가 들어있습니다.

불법 유통되는 약품은 성분도 효능도 알 수 없는 정체불명 제품이 대부분입니다. 구매한 발기부전 치료제를 전문의와 살펴보니, 크기와 모양이 정품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장진석 / 비뇨기과전문의
"혼수상태에 빠져 사망에 이르기까지도.... 심혈관계 부작용 병증같은 것들이 꽤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건 아예 원료도 알 수 없고 완전 가짜인 거죠."

그런데 의약품 불법 거래는 일부 약국에서도 버젓이 이뤄집니다. 전문의약품인 피임약을 의사 처방전 없이 구해봤더니...

"(피임약 처방전 없는데...) 몇 개 필요해? (3개요) 2만5000원씩...7만5000원."

거리낌 없이 내어주는데... 취재진이 다닌 서울 시내 약국 4곳 중 3곳에서 처방전 확인 없이 피임약을 판매했습니다.

"(피임약) 필요하냐고. 그럼 얘기하시라고. 저런 건 안쪽에다 넣어놨잖아. 이런 건 처방전이 있어야 해. 뭔소린지 알지?"

문제는 불법 의약품은 효능이 보증되지 않고 부작용 등 피해도 구제받을 길이 없다는 것.

이필량 / 산부인과 전문의
"사실은 이거(불법 낙태약)는 쓰시면 안 되는 거예요.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검증이 안 된 약을 쓰는 건 말도 안돼... "

의약품 불법 판매 적발 건수는 2015년 2만4천여 건에서 지난해 3만7천여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식약처 등 정부 단속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식약처 관계자
""(단속)조치를 하더라도 우회경로라든지 또 하는 경우도 많아서. 감시 인력을 확대하려면 근거 법령이 필요한 상황이에요."

관계당국이 인력 탓만 하는 동안 불법 의약품은 더욱 은밀하게 우리 곁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소비자탐사대, 황민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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