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저를 스스로 가둡니다

등록 2020.04.06 21:57

수정 2020.04.06 22:00

"엄청 맛있어요, 이게. 비린내가 안 나고 굉장히 고급 고기예요…"

남해안 별미 금풍생이는 숨겨뒀다 애인에게만 구워준다고 해서 옛사람들은 '샛서방 고기'라고도 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평선이라는 관기가 대접한 생선 맛에 반해 '평선이'라고 이름 붙였고 '구운 평선이'가 '군평선이'로, 다시 금풍생이로 바뀌었다는 얘기가 전해 옵니다.

"나중에 후손들이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 한 걸 알까 모르겠네."
"모르면 참말로 OO자식이지…"

임진왜란 때 노 젓는 노꾼들의 걱정과 달리 후손들은 백성의 헌신과 희생을 잘 압니다. 충무공이 쓴 난중일기 덕분입니다. 교전 상황부터 어머니 생각, 날씨, 지형, 백성의 삶, 기생 이야기까지 상세하게 남긴 일상 기록의 힘이지요. 하찮아 보이는 기록도 쌓이면 역사와 교훈이 됩니다. 난중일기 매천야록 백범일지도 대단하지만, 이름없는 보통사람의 기록도 못지않게 빛을 발하곤 합니다.

인천의 쉰여덟 살 코로나 확진자가 남긴 34일 동안의 격리 일지가 그렇습니다. 이 분은 노모와 단 둘이 살며 위생장갑과 마스크를 썼고 식기도 매번 소독했습니다. 병원을 오갈 때는 버스 지하철 대신 걸어 다녔습니다. 한 시간 넘게 걸어야 할 때만 택시를 탔습니다. 덕분에 어머니를 비롯한 접촉자 스물세 명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동선이 금방 정확하게 파악돼 당국이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매일 체온부터 아픈 부위까지 세세하게 기록한 증상들은 의료진에게 유용한 자료로 쓰였습니다. 그래서 인천시는 그의 완치를 축하하며 이렇게 감사의 글을 올렸습니다.

함부로 나돌아다니는 격리자가 부쩍 잇달고 있습니다. 남편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도 계속 무단 외출을 한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대구로 의료 지원을 다녀온 중년의 간호사는 외진 산골 빈집을 얻어 스스로를 가뒀습니다. 2주 동안 외로운 싸움을 벌이다 엊그제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오히려 군수가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너무나 대조적인 이 두 사례를 보며 여러분의 감정이 어떻게 엇갈릴지는 두 말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인천의 확진자가 일기 첫머리에 쓴 글로 앵커의 시선 맺습니다.

"다른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4월 6일 앵커의 시선은 '저를 스스로 가둡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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