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일상으로 가는 길

등록 2020.04.13 21:53

수정 2020.04.13 21:59

미국 버몬트 산골 백 헥타르, 30만평 정원에 온갖 꽃과 나무가 가득합니다. 동화작가 타샤 튜더가 30년 넘게 심고 가꾼 '타샤의 뜰' 입니다.

"날씨가 정말 좋네요…"

타샤는 주변 작은 것에도 늘 귀엽다, 따뜻하다, 사랑스럽다고 감탄하며 고마워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바쁘게 살아요. 그래서 놓치는 것이 많지요…"

그런 일상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 비로소 사람들은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깨닫습니다. 텅 빈 뉴욕 타임스 스퀘어를 뛰어가는 이 영화 주인공처럼 말이지요. 그런데 영화 속 타임스 스퀘어가 이렇게 현실이 됐습니다. 세계 이름난 도시와 명소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영상에서 캘리포니아 해변, 이탈리아 베네치아, 용인 에버랜드까지 모두 인적이 드뭅니다.

코로나가 급속히 퍼지면서 우리네 일상이 바뀌고 멈춘 지도 두 달이 돼갑니다. 퇴근길 소주 한 잔, 친구들과의 수다, 봄꽃 놀이,공원 산책… 평범하고 당연했던 것들이 죄스러운 일처럼 돼버렸습니다.

서울만 해도 주말이면 양재천, 반포천 같은 동네 산책로가 폐쇄되곤 합니다. 정부가 일상활동을 웬만큼 허용하는 생활방역 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에게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계속해달라고 호소한 지 사흘 만입니다. 초기의 섣부른 코로나 종식 발언이 떠올라 반가우면서도 걱정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메르스만 해도 방심하는 순간 세계적인 2차 3차 폭발로 이어지며 3년을 끌었습니다.

"(지금이) 조용한 전파의 시기가 아닌가 하고 긴장하고 있습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걱정했듯 판단은 방역전문가와 의료계 몫이 돼야 합니다. 국민의 인내와 절제가 느슨해지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가고픈 갈증이 큰 탓이겠지만, 진실의 무게는 정세균 총리의 이 말에 더 실려 있는지도 모릅니다.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상당기간, 어쩌면 영원히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코로나가 물러간다 해도 그 뒤에 짙게 드리운 어둠은 언제 걷힐지 알 수 없습니다. 그 어둠 속에서 희망을 찾는 일은 주변의 작은 일에 감사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할 듯 합니다. 코로나의 재앙이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일상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4월 13일 앵커의 시선은 '일상으로 가는 길'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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