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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다시 대통령의 시간

등록 2020.04.16 21:54

무덤에 핀 할미꽃에게 햇살이 물었습니다. "할매는 왜 무덤만 보고 계십니까." 할미꽃이 대답했습니다. "무덤 속 망자가 봄이면 꽃을 보고 싶어하는데 꽃들은 다 하늘을 보고 있다오. 그래서 나라도 보라고 얼굴을 숙인 거랍니다."

이 우화 같은 시에서 시인은 겸손과 배려를 말합니다. 세탁소에 들어온 새 옷걸이한테 헌 옷걸이가 충고합니다.

"옷걸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아라. 잠깐씩 입혀지는 옷이 제 신분인 양 교만해지는 옷걸이를 많이 봤다."

역시 교만하지 말라는 가르침입니다. '낭패를 본다'는 말에서 낭패는 전설 속 두 짐승 낭과 패를 가리킵니다. 낭은 뒷다리가, 패는 앞다리가 아주 짧아서 늘 둘이 합쳐야 걸을 수 있지요. 하지만 하나가 잘난 척하면 곧바로 고꾸라지는 데서 '낭패를 본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4.15총선에서 민주당이 유례없는 압승을 거뒀습니다. 무엇보다 코로나가 몰고온 초유의 위기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고, 정부의 코로나 대처를 국민이 잘 평가한 덕분일 겁니다.

반면 정권 심판론을 들고나온 통합당은 도리어 국민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뼈를 깎는 반성과 혁신은커녕 무능, 무기력, 막말로 자멸했습니다. 그래서 여당의 승리라기보다는 야당의 패배라고 하는게 더 적절한 표현일 겁니다.

거대 여당의 등장으로 문재인 정부는 민주화 이후 어떤 정권도 잡지 못했던 권력을 완성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이전과 이후 세상이 달라진다고 하듯, 총선 전과 후의 국정 역시 변화해야 하고 변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세계적 경제위기를 기존 정책노선으로 헤쳐가기가 훨씬 버거울 겁니다. 경제에서 정치와 이념을 덜어내고 국민의 인내와 희생, 동참을 끌어내는 일이 시급합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극단적 진영 대결입니다. 나라가 둘로 갈라지는 지역구도는 이번 선거에서 더 심해졌습니다. 총선 승리에 취해 계속 화합과 협치를 외면 한다면 아무리 수가 많아도 큰 낭패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수적 우세를 내세워 울산시장 선거의혹, 조국사태 같은 권력형 비리 의혹을 덮으려 한다면 분열의 불길은 더욱 거세질 겁니다.

대결과 증오의 정치를 끝내고 모든 매듭을 절제와 순리로 풀어갈 수 있는 사람은 이제 대통령뿐입니다. 코로나에 묻혀버린 수많은 질문들이 선거가 끝난 지금, 대통령의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4월 16일 앵커의 시선은 '다시 대통령의 시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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