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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법인에 돈 몰아줘 아파트 구입"…'편법증여' 백태

등록 2020.04.23 14:36

수정 2020.04.23 17:21

'자녀 법인에 돈 몰아줘 아파트 구입'…'편법증여' 백태

국세청 임광현 조사국장이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고가아파트 사들이는 부동산 법인 전수 검증 착수, 탈루 혐의 시 즉시 세무조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 국세청 제공

#1. 지방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A씨는 20대 초반 자녀 명의로 법인을 설립했다. 그리고 매달 병원 광고료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지급했다. B 법인은 그 돈으로 강남의 20억 원대 아파트를 샀고 A씨의 자녀는 그 아파트에 살고 있다. 국세청이 조사해보니 B 법인은 광고 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고 매출액의 96%는 병원으로부터 받은 광고수입인 유명무실한 회사다.

#2. 강남에 수십채 아파트를 보유한 부동산업자 C씨는 올해 가족 명의로 부동산 법인을 수십개 설립했다. 그리고 보유 중이던 고가 아파트를 각 법인에 현물출자로 넘겨 보유세 부담을 피했다. 또 이런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지속적으로 갭투자에 나선 뒤 300억원대 부동산 투기에 나섰다.

#3. IT회사를 운영하는 D씨는 컨설팅비, 외주 용역비, 홍보비 등 명목으로 회사 자금 수십억 원을 빼돌려왔다. 그런데 D씨는 본인 명의로 아파트를 사면 자금 출처 조사에서 그간 횡령해 온 사실이 발각될 것이라 예상했다. D씨는 자신의 지분이 100%인 E부동산 법인을 설립하고, 빼돌린 회삿돈을 이 법인에 빌려준 뒤 E 법인 이름으로 40억원대 한강변 아파트와 10억원대의 고급 외제차를 사들여 호화생활을 해왔다.

이처럼 올해 들어 부동산 법인을 활용해 편법증여와 탈법을 일삼는 사례가 많아지가 정부가 고강도 조사에 나섰다.

23일 국세청은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설립한 1인 주주 부동산 법인 2969개, 가족 부동산법인 3785개에 대한 전수 검증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중 고의적 탈루혐의가 드러난 27개 법인에 대해서는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 27개 법인의 유형을 살펴보면 자녀에게 고가의 아파트를 증여하기 위해 설립한 부동산 법인이 9건 다주택자에 대한 투기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설립한 부동산 법인 5건, 자금출처조사를 받지 않으려고 설립한 부동산 법인 4건, 부동산 판매를 위해 설립한 기획부동산 법인 9건 등이 있다.

국세청은 이들 27개 법인에 대해서 조사 대상을 확대하여 강도 높게 조사하고, 세금을 포탈한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등 엄정하게 처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올해 1~3월 신규 설립 부동산 법인 수는 5779건으로 벌써 지난해 1만 2029건의 48%로 절반 수준에 육박했다.

개인과 법인간 아파트 거래량은 같은 기간 1만 3142건에 달해 작년 1만 7893거의 74%에 달했다.

부동산 법인을 활용해 부동산 거래를 하면 다주택자들의 경우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피할 수 있다. 법인 전환 주택은 다주택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 권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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