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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썩은 고목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

등록 2020.04.26 19:45

수정 2020.04.26 19:56

광부, 우간다 이민자의 딸, 주차장 집 딸, 파키스탄 버스 운전사 아들. 우유 배달원 아들. 2015년 집권 2기를 맞아 영국 캐머런 총리가 발표한 내각 명단은 보수 정부의 따뜻함과 배려가 어디까지인지 보여준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윌리엄 4세 국왕의 직계자손으로 옥스퍼드대학까지 나온 왕족이었지만, 캐머런은 '따뜻한 보수'를 내걸고 쓰러져가던 당을 살리고 정권도 찾아왔습니다. 캐머런 총리 당시 39세. 보수당 당수 선출 소감 "영국 국회에서 일상사가 된 뒷다리를 잡고 물고 늘어지는 '희비극적 인형극' 같은 정치에 신물이 났다 희귀병을 가진 아들을 돌보는 모습과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장면은 보수가 왜 15년이나 버림받았었는지 그 해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죠.
그런데 알고보면 캐머런도 혜성같이 등장한 슈퍼맨은 아니었습니다. 17년간 보수당이 키워낸 차세대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래서 '보수의 장례식'이라는 말까지 나온 이번 총선 이후 통합당에서 들려오는 세대교체론은 공허합니다. 키우지도 않았던 30대 40대 리더가 땅에서 솟아나길 바라는 듯해서 허욕으로 비처지기까지 합니다. 원로 진보학자인 최장집 교수가 걱정할 정도로 권력의 초집중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보수의 날개는 썩어가고 있습니다. 공천 실패의 책임을 나눠져야 할 사람은 침묵할 때를 모르고 선거 패배의 책임을 당에 돌리기도 합니다.

김세연 / 미래통합당 의원
"자기가 죽은 걸 모른다. 당 해체가 근본처방이라고 생각하고요."

비례정당 투표에서 야당 득표가 많았던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정부 견제는 해야겠지만, 야당 당신들로는 안 되겠다는 무거운 메시지였습니다. 결국 민심은 보수정당에 새로운 인물을 원하고 있는 겁니다. 김종인 비대위의 역할도 다음 시대정신을 구현할 젊은 리더를 발굴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지난 대선에 뛰었던 정치인들도 이제 마음을 비우고 새 리더십을 찾는데 힘을 보태야 할 겁니다. 사람은 같은데 생각이 바뀔 거라고 믿는 순진한 유권자는 없으니까요. 이제 대선이 2년도 남지 않았습니다. 여야 모두 새 대통령이라는 꽃을 피우기 위해 달리기 시작할 겁니다.

과연 어떤 나무에 꽃이 필게 될까요. 물론 가끔은 고목에도 꽃이 핍니다. 하지만 양분을 빨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뿌리가 상해 있다면 새 나무를 심는 게 더 정확하고 빠른 해법일 겁니다.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썩은 고목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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