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

등록 2020.05.04 21:50

1942년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거주지역 고아원에 나치병사들이 들이닥칩니다. 의사이자 작가였던 고아원장 코르차크는 아이들이 가스실을 피할 수 없음을 직감했습니다. 백아흔두 명의 아이들에게 옷을 단정하게 입히고, 좋아하는 책과 장난감을 가방에 넣어 메게 했습니다. 그리고 소풍 가듯 길을 나섰습니다. 그를 알아본 나치 장교가 돌아가라고 했지만 그는 가스실로 가는 열차에 오르며 이 마지막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무서워하면 누군가 손을 잡아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결코 아이들을 떠날 수 없습니다"

유엔은 코르차크 탄생 백년을 맞아 1979년을 세계 아동의 해로 지정했습니다. 우리에겐 벌써 97년 전 어린이날을 만든 방정환 선생이 있습니다. 선생은 "어린이들은 모두 시인"이라고 했습니다. "고운 마음으로 아름답게 보고 느낀 것이, 아름다운 말로 흘러나올 때 모두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고 했습니다. "나는 한 마리 개였다"고 고백했던 명나라 사상가 이탁오의 '동심설'을 닮았습니다. 이탁오는 "거짓 없고 참된 동심을 잃지 않으면 누구나 좋은 글을 쓰고 성인이 될 수 있다"고 했지요. 김현승 시인도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 라고 했습니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그런데 몇 년 전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의 '아빠는 왜?'라는 동시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엄마는 나를 예뻐하고, 냉장고는 내게 먹을 것을 주고, 강아지는 나와 놀아주는데,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는 시였지요. 어른이 쓴 이런 동시도 있습니다.

"어린이날에 엄마 아빠는 피곤하다고 피자 한 판 사주고 대충 때웠다. 어버이날에 나도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고 카드에 적고 대충 때웠다"

내일은 어린이날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바깥 한번 제대로 나가지 못했을 봄이라 이번 어린이날은 미안한 마음이 더 큽니다. 그러나 오월 푸르른 새잎처럼 싱그러운 아이들에게 과연 나는 어떤 아버지, 어머니인지 돌아볼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넉넉한 어린이날이 되지 않을까요?

5월 4일 앵커의 시선은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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