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9

이재용, 승계·무노조 포기한 수위 높은 사과…왜?

등록 2020.05.06 21:13

수정 2020.05.06 21:17

[앵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건 법원의 압박에 밀려서라는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 적지 않습니다. 삼성이 한국의 기업문화를 주도해 온 기업이라는 점에서 보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 같아서 오늘은 장원준 경제 산업부장이 직접 스튜디오에 나왔습니다. 일단 이 부회장의 사과 수위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기자]
예상보다는 높다, 강력하다는 반응이 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일부에서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 이 부회장의 약속일 뿐 과연 실행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반론도 나옵니다만,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 라고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생방송으로 직접 발언한만큼, 경영권 승계 포기는 이제 기정사실화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삼성 안팎에서는 과거에 대한 원론적 수준의 사과 정도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논란의 '원천 차단 선언'을 한 겁니다.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게 노동3권을 확실히 보장한다는 선언도 매우 구체적이어서, 뒤집기 힘들어 보입니다.

[앵커]
승계 포기 약속이 과연 지켜지겠느냐는 의구심도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할 수 있는 얘기는 아니었을텐데 어떻게 이런 결정이 나온 건가요?

[기자]
짐작하시겠지만, 이런 민감한 결정은 결국 오너의 결단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의 주변에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경영권 승계 포기 만큼은 좀 더 신중하게 재고해달라는 충고를 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결국 이 부회장 본인이 결정을 했다고 합니다. 오늘 발표문을 보시더라도 이 부회장은 "오래 전부터 마음 속에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는 것은 주저해왔다"고 언급하고 있죠. 실제로 이 부회장 본인이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너무 고생을 했다, 자녀에겐 이런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는 소회를 예전부터 갖고 있었다고도 합니다.

[앵커]
그 경위야 어쨋던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포기한다, 이런 선언은 우리나라 경제사적으로도 큰 사건 아닙니까?

[기자]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을 세계적으로도 특별한 사례라고 볼 때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소위 '오너 경영'을 꼽지 않았습니까? 평가가 엇갈리긴 하지만, 오너가 성패의 명운을 걸고 큰 결정을 내리면 그 결정에 따라 거대 기업이 전략적으로 움직여 목표 달성으로 돌진한다, 이런 모델이 한국호의 특징이라는 점, 그리고 그 모델의 대표 사례가 삼성이라는 점 등은 부인하기 힘듭니다. 그런데 그런 삼성이 승계 포기를 한다면, 이는 다른 대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선단식 경영의 폐단, 오너 독단 경영의 높은 위험성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만, 어쨌든 대한민국 경제라는 거대한 항공모함의 중요한 엔진 중 하나가 오늘부터 가동 중단, 혹은 추진력 감소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런 의미 부여는 분명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앵커]
예, 오늘은 참 많은 사람들에게 소회가 깊은 날이 될 것 같은데요,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이 어쩌다 이런 처지가 된 건가요?

[기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편법 승계 논란은 24년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인수라는 사안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오늘 이재용 부회장도 입장문에서 승계 문제와 관해 '삼성 에버랜드'와 '삼성 SDS' 건에 대해 비난을 받았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는데요, 아주 간단히 말해서 두 사안은, 나중에 비싼 값이 될 게 확실시되는 삼성 주요 기업의 주식을 싼 값에 인수할 수 있는 절묘한 방법을 삼성의 최고 두뇌들이 마련했고, 이를 이재용 부회장이 따랐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얼마전 불거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사안도 논란의 본질은 비슷하구요. 당시로서는 절묘한 편법이되 불법은 아니거나, 설사 불법이더라도 이 부회장 책임은 피해가는 묘안이었을 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절묘함이 참기 힘들었던 대중의 심리와 그런 심리에 기반한 집요한 공격에 삼성은 결국 무릎을 꿇게 된 셈입니다. 삼성 측은 아마 당시의 나무만 보고 미래의 숲은 놓친 '소탐대실'에 지금은 땅을 칠 지 모르겠습니다.

[앵커]
예, 장 부장,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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