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어버이 마음

등록 2020.05.08 21:53

수정 2020.05.08 21:59

시인의 어머니는 돌아가실 때 14금 가락지를 가슴에 꼭 품고 계셨습니다. 시인이 대학 졸업식에서 상으로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어머니의 다 닳은 손가락에 끼워드린 것이었습니다. 여동생은, 어머니가 그 뒤로 단 하루도 반지를 손에서 놓아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순금도 18금도 아니었지만 어머니는 그 가락지를 30년 한평생 끼고 사셨습니다. 자랑스러운 아들이 졸업하면서 받은 상이고 그것도 아들이 직접 끼워줬으니까요. 왕관인들 그보다 귀하고 소중했겠습니까.

시인은 '아버지란 연탄 같은 존재, 숨구멍이 불구멍'이라고 했습니다.

"달동네든, 지하 단칸방이든, 그 집 가장 낮고 어두운 곳에서 한숨을 불길로 뿜어 올리지. 헉헉대던 불구멍 탓에 아버지는 쉬이 부서지지. 갈 때 되면 그제야 낮달처럼 창백해지지…"

카네이션 바구니를 들고 온 아들이 유리벽 안 어머니와 손을 맞댑니다. 아흔 살 어머니는 연신 "왜 왔냐"고 하면서도 환한 웃음을 그치지 못합니다. 어머니처럼 어느덧 머리에 서리가 내린 아들은 어리광 부리듯 "엄마 보고 싶어서 왔지" 합니다. 짧은 만남. 아들은 발길이 떨어지질 않고 어머니는 아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요양병원 중에 몇 곳이 어버이날을 맞아 마련한 비접촉 면회실 풍경입니다. 이렇게 화상 면회를 해주거나 손편지와 카네이션을 대신 전하기도 합니다. 따스해야 할 어버이날, 한구석 가슴 시린 코로나 시대의 이산입니다.

병원에 계시지 않은 부모들도 코로나 걱정, 자식 걱정이 앞섭니다. 먼길 오지 말라고 손을 내젓거나, 선물 사올 생각 아예 말라고 합니다. 자영업은 물론 직장인 열에 넷이 급여가 줄어 사정이 어렵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지요. 그럴수록 부모가 받고 싶은 건 자식의 마음일 겁니다.

이 영상처럼 어버이날 아니라도 늘 안부 여쭈고, 값비싼 선물 대신 목소리를 선물하는 건 어떨까요. 굳이 사랑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아들이 끼워드린 14금 가락지의 그 은근한 사랑처럼 말입니다.

5월 8일 앵커의 시선은 '어버이 마음'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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