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물티슈 세차

등록 2020.05.11 21:48

수정 2020.05.11 21:53

안동호에 놓인 아름다운 나무다리 월영교입니다. 상판 아래 이리저리 엮은 철골 형태를 옛 신발, 미투리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4백여년 전 안동사람 이응태의 묘에서 출토된 '머리카락 미투리'를 형상화한 겁니다. 이응태의 부인 '원이 엄마'는 머리카락을 잘라 삼은 미투리와 함께 애틋한 편지를 남편 곁에 묻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래도 나는 살 수가 없습니다…"

떠나는 임에게 진달래꽃 즈려밟고 가시라는 김소월 시도 따르지 못할 '미투리 사랑 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소년원에 찾아가 아이들 발 아래 허리를 굽힙니다. 일일이 발을 씻어주고 입을 맞추자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립니다. 종교를 넘어 세족식은 섬기고 아끼겠다고 다짐하는 공동체 의식이 됐지요.

지난 주말 서울중앙지법 주차장에서 세족식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물티슈, 물티슈 여기 있어요" "얼마나 여유가 없고 힘드시면 세차할 힘도 없을까요…"

조국 전 장관이 첫 재판에 타고 온 차가 먼지를 뒤집어쓴 것이 안타까웠던 듯합니다. 그런데 논객 진중권씨에게는 그리 아름다운 장면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차를 갖고도 이러니 실물을 만나면 머리카락으로 발을 닦아드릴 듯" 이라고 했지요.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님 발에 향유를 붓고 머리카락으로 닦았다는 성경 구절에 빗댄 겁니다. 반면 어느 조국 지지자는 "검찰이 씌운 먼지를 국민이 닦아준 것" 이라며 "두 번 다시 먼지를 씌우면 대검에 오물을 부어버리겠다"고 했습니다.

정성스러운 세차가 검찰 공격으로 연결되는 것을 보며 브라질 사법부의 '세차 작전'을 떠올리게 됩니다. 검찰과 법원이 6년째 합심해 벌이는 권력형 부패 수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세차용 고압 분사기를 쏘듯, 작년까지만 백쉰아홉 명에게 모두 2천2백52년의 실형이 선고됐지요. 외국 언론은 "세차 작전을 주도하는 모로 판사의 집요한 수사력과 사법부 독립 덕분" 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브라질식 세차와 많이 대조되는 우리 법원 주차장의 어떤 세차를 보며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이 저만의 감상일까요.

5월 11일 앵커의 시선은 '물티슈 세차'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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