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9

[현장추적] 출혈 경쟁에 코로나까지…문닫는 주유소 '이틀에 한 곳'

등록 2020.05.15 21:34

수정 2020.05.15 21:49

[앵커]
앞서, 지선호 기자가 국내 대표 정유 4개사가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올 1분기에 다 까먹었다고 전해드렸는데요. 어느 정도 예견 가능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1월 이후 넉달 동안 문 닫은 주유소가 60곳에 달합니다. 이틀에 한 개 꼴로 폐업한 건데.. 그런데 폐업이 어려워 '당분간만 문을 닫겠다'며 휴업을 택하기도 합니다.

그 이유를 장혁수 기자가 현장추적했습니다.

 

[리포트]
강원도 원주시 국도변의 한 주유소. 입구엔 땅을 판다는 현수막이 걸렸고, 언제 마지막으로 사용했는지 주유기 입구에 먼지가 쌓였습니다.

다른 주유기 아래에는 봄 쑥이 돋아나 이를 뜯는 사람도 있습니다.

"(무슨 풀 뜯으시는 거예요?) 쑥이요, 다 묵었잖아요."

잠긴 사무실 문엔 전기요금 미납 고지서가 끼어있고 달력은 2016년 2월에 멈춰있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 보이는 또다른 주유소. 2층으로 규모가 꽤 큰데 마찬가지로 문을 닫았습니다.

"계십니까? 닫혀있네요." 

취재진이 원주시 국도 7km 구간을 지나는 동안 문 닫은 주유소 세 곳을 발견했습니다.

최근 문을 닫는 주유소가 크게 늘었습니다.

인근 우체국 직원
"저기가 먼저 문 닫고, 그 다음 여기 닫고 저 앞에 터널 전에는…한 5년도 넘었죠."

1995년 거리제한 폐지 등 규제가 줄면서 주유소가 우후죽순 생겨나 출혈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인데,  경기도 파주시 도로변은 300m도 채 안 되는 도로에 주유소 5곳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주유소 관계자
"버스회사가 있어서 그런데 다 멈췄잖아요. 거기가 저희 거래처잖아요. 50% 정도는 준거죠, 매출 자체가…."

설상가상 코로나19로 물류 이동과 여행객까지 줄어 더욱 어려운 상황.

최민호 / 주유소 사장
"코로나 때문에 그런진 몰라도 30% 이상이 줄었다고 보면 될 거예요. 주말에 여기가 캠핑장이 많아가지고 유동인구가 많았는데…." 

코로나가 국내에 퍼진 1월 이후 폐업한 주유소는 꾸준히 늘어 넉 달간 60곳, 이틀에 한 곳 꼴로 문을 닫았습니다.

이렇게 도로 곳곳에 보이는 문 닫은 주유소들은 대부분 폐업 대신 휴업을 선택합니다.

폐업을 하게 되면 시설 철거 비용 등을 포함해 적어도 1억원이 넘는 돈을 부담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주유소 철거업계 관계자
"(유류)탱크 하나 빼는데 350(만 원) 잡으시면 돼요. 토양 오염이 됐다 하면 도로 밖까지 오염돼버리니까 복구 비용이 1억 넘는다고 봐야죠."

폐업 주유소의 철거와 정화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법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유기준 / 한국주유소협회장
"국회·산자부를 통해 가지고 국회 입법화가 돼야 하는데 입법이 현재 안 된 상태고."

하지만 일부 주유소가 이를 악용해 처리 비용을 세금으로 떠넘기는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는 상황. 문닫는 주유소 속출에도 뚜렷한 대책이 없어 지역 곳곳 흉물이 된 주유소는 계속 늘어날 전망입니다.

현장추적 장혁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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