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멀지만 더 가깝게

등록 2020.05.15 21:50

수정 2020.05.15 22:42

선생님이 속사포처럼 잔소리를 쏟아냅니다. 

"얘들아 종 쳤잖아, 얼른 자리에 앉아. 책상 줄 맞추고 교과서 좀 꺼내봐. 복도에서 뛰지 말고 사이 좋게 지내고…"

광명 충현초등학교 이현지 선생님의 랩에 다른 선생님들도 사랑의 잔소리를 더합니다. 

"나중에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말야, 카톡 말고 꼭 손 편지로 마음을 전해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시 '풀꽃'의 나태주 시인은 충남 시골 초등학교를 돌며 43년 세월을 아이들과 함께했습니다. 교장선생님이 되어서도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줄넘기를 하고, 교실에서 오르간 치며 합창을 했습니다. 갓 입학한 산골 아이들은 그를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매달렸습니다. 시인은 "시골 아이들 때묻고 흙 묻은 발 씻어주면서 그렇게 살다 가겠다"고 했지요. 그보다 행복한 삶이 또 있을까요.

그런데 지금 학교는 적막합니다. 텅 빈 교실에서 책상 줄 맞추라고 잔소리 할 일도 없습니다. 코로나시대가 만든 학교 풍경이지만 그래도 선생님들의 마음이 마냥 쓸쓸하지만은 않습니다. 

"스승의 날 축하 드려요. 사랑합니다…"

평택 한국관광고 전교생이 선생님께 선물한 감사 영상입니다. 원격수업 시작하기 앞서 선생님과 아이들이 손으로 하트를 그리며 사랑을 나누고, 아이들이 축하 영상을 만들어 틀기도 합니다. 정성껏 쓴 손편지와 풍선을 아침 일찍 학교 현관에 갖다 놓기도 했지요.

그동안 스승의 날이면 오히려 자괴감이 든다는 선생님이 적지 않았습니다. 카네이션 한 송이까지 따지는 선물 지침, 교문에 써 붙인 '촌지 사절' 문구, 아예 휴업하는 학교까지… 선생님 마음을 무겁게 누르는 풍경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초유의 '온라인 스승의 날'이 선생님들에겐 더 각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자들의 티없는 사랑과 진심을 더 살갑게 받으면서, 잔소리하고 웃고 떠드는 교실의 소중함을 절감할 테니까 말입니다.

[CAM1] 래퍼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한 노래 '다시 만날 때'처럼 스승과 제자가 어서 다시 만나기를 기다립니다. "내가 바라는 것 딱 하나, 너의 삶에 행복 한 줄기를 더해주는 것…"

5월 15일 앵커의 시선은 '멀지만 더 가깝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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